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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16 18:30 수정 : 2017.11.16 19:39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여러 사상과 종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2500여년 전 이른바 축의 시대의 위대한 선각자들의 사상에서부터 근현대의 세계사를 뒤흔든 여러 사상들이 이 땅에 들어왔다. 여러 사상들을 한반도라는 용광로에서 녹여 미래 인류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데서 긍지를 찾아야 한다.

이남곡
인문운동가

우리에게는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라는 위대한 사상이 있다. 대체로 원시적 수평사회의 경우는 세계 어디서나 신화의 형태로 전해지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21세기의 인류 현실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대단히 뛰어난 사상이다.

한반도는 그 위치로 보아 대륙과 해양의 여러 사상과 종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2500여년 전 이른바 축의 시대의 위대한 선각자들의 사상에서부터 근현대의 세계사를 뒤흔든 여러 사상들이 이 땅에 들어왔다. 이런 사상들을 녹여서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라는 위대한 사상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휘둘리고 쪼개져 편갈라 싸우고, 지금까지도 그것에 편승하여 돈과 권력과 명예마저 추구하는 소인배들이 득실거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직은 패권에 매달리는 세력이 강고하지만, 인류 보편의 미래 가치를 담는 문화가 점점 더 진정한 역사의 추동력으로 되는 시대로 되고 있다. 그것이 인류가 진보하는 징표다. 고대사의 영광을 주장하는 시도들이 아전인수식으로 그것도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패권 중심의 역사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역사의식의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보다는 여러 사상들을 한반도라는 용광로에서 녹여 미래 인류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데서 진정한 긍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땅에 진정한 고기압이 발생할 수 있는 토대라고 생각한다. 지난 70년 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적 제도적 토대는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부족한 것이 인문적 자각이다.

나는 60대 초반에 처음으로 논어에 접했다. 공부나 연구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강독하였다. 젊어서 기존의 해석들을 공부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점이 많았다. 공자의 현대적 발견이랄까, 논어 속에서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은 인문운동의 가장 훌륭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그것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석 달 동안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매일 한 장씩 페이스북에 올리고, 그 공간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벗들과도 함께 강독하는 모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자료는 오랫동안 노자를 연구한 울산의 장태원 선생의 노자 해설을 사용했다. 그리고 노자에 관심 있는 벗들이 댓글로 매회 의견을 올렸다.

나는 논어와의 대비를 통해 오랫동안 대척점으로 되어왔던 노자와 공자의 현대적 만남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함께했던 벗들이 책거리를 경남 거창의 황인찬 성공회 신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벌였다. 그야말로 마음도 물질도 풀어놓는 축제 같았다. 이날 함께 노자를 읽으며 느꼈던 감상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노자의 보원이덕(報怨以德: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을 말하고, 공자의 이직보원(以直報怨: 원한을 바름으로 갚는다)은 실천을 염두에 둔 목표라고 보여, 그 이행과정으로 보는 것이 어떨까?”

“원시적 수평사회가 수직사회로 되면서, 이른바 인(仁)이나 학(學) 등이 유동성을 상실하고 지배이데올로기로 고착화되자 그에 대한 고차원적 회복을 시도한 사람들이 공자며 노자다. 노자가 공자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른 단어로 표현했을 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석가나 예수와 관련해서도 그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들이 노자를 읽는 동안 많이 느껴졌다며 앞으로 새로운 세상을 위해 참된 종교인으로서 그것을 어떻게 살려나갈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들을 풍성하게 풀어놓았다. 심지어 마르크스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계급투쟁에 의해 무계급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가? 오히려 투쟁이 의미 없는 단어로 되는 과정이 대동세상으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가 이 시대를 살고, 고정되고 단정하는 반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계급투쟁론이 아니라 계급협력론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나는 이런 장(場)들이 나라 전체에 번져 갔으면 좋겠다. 이 땅에 들어온 온갖 사상들을 용광로에 녹여 사상의 부국(富國)으로서 미래 인류의 길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모범 국가를 만들어보자. 타고르의 예언이 우리의 미래가 되게 하자.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찬란한 빛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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