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13 17:55
수정 : 2017.09.13 19:23
김석
순천 YMCA 사무총장
지난 주말 아내는 탈핵 버스를 타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전국행동 탈핵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낯선 울산을 다녀왔다. 전남 순천에서 울산은 먼 거리다. 정서적 거리는 서울보다 멀다. 평범하고 조용한 아내가 탈핵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년 전 밀양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머니들을 북콘서트에서 만나고 난 이후부터다. 엄청난 크기의 765㎸ 송전탑과 매일 산을 오르며 반대하는 할매들을 향해 폭언과 폭력으로 대하는 정부와 한전 쪽의 몰상식한 태도와 전쟁터 같은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아내는 탈핵운동가가 되었다.
2년 만에 다시 순천을 방문한 할매들은 완공된 밀양 송전탑 아래서 살면서 총소리 같은 ‘다다다~’ 소리 때문에 괴로운 삶은 지속되고 있으며,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평생을 일궈온 공동체를 잃고 회복할 방법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밀양 송전탑 끝에는 핵발전소가 있고, 결국 핵발전 정책이 공동체를 파괴한 것이다.
생명과 공동체를 살리자는 목소리 뒤에서 급격한 탈원전 정책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자극적인 제목과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권고안이 전달되는 10월20일을 앞두고 보수언론과 찬성 쪽은 자극적인 여론몰이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는 24기의 핵발전소가 있고, 원전 밀집도 세계 1위다. 월성과 고리 원전 인근에는 530만명이 거주해 안전이 언제나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진 위험 지대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하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우리 원전이 세계 최고 기술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한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원전 강국에서 일어났다. 원전 마피아라고 불리고 공정 과정에서 납품비리로 얼룩진 조직을 믿을 수 없다. 최근 전남 영광의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안에서 망치가 발견되는 등 허술한 관리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도 대형 사고에서 예외가 아니다. 핵발전은 위험하다.
세계적으로 핵보다 재생에너지가 대세다. 핵보다 재생에너지가 미래다. 나날이 기술과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운영과 중단을 결정하는 협소한 주장에서 모두가 벗어나야 한다. 탈핵은 재생에너지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핵발전 정책은 빠른 시일에 멈춰야 한다.
진정한 탈핵 논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권고안이 정부에 전달된 이후부터다. 분권과 자치의 관점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은 국민이 결정하고, 지방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주민의 생각을 반영해 결정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지역으로 확산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기 생산과 요금 결정을 힘의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권형 에너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부분 지방정부는 ‘에너지 기본 조례’가 있다. 대체로 에너지 기본정책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고 위원회 구성과 기능도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지역에 큰 이익이 없고 권한이 없으니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민과 함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촉진한다면 생각보다 구체적인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에너지 전담 부서도 명확하지 않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에 지방정부 차원의 공론화가 담보되어 주민의 생각이 지방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지방정부의 좋은 사례가 정부 정책이 되는 구조를 갖춘다면 정부의 탈핵 선언이 진정성을 갖게 될 것이다.
탈핵이 미래고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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