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4 17:17
수정 : 2016.08.09 14:33
조은아
피아니스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세미나실에 들어서자 팔도 사투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예상했던 것보다 한층 젊은 그룹이었다. 대부분 처음 만난 듯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건넸다. 명함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이 흥미로웠는데 각자 소속되어 있는 기관들의 문화적 특징을 담은 듯했다. 설레고 들뜬 분위기를 정돈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주제는 ‘잘츠부르크와 브레겐츠의 음악축제’였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팔도의 청중은 광역 자치단체의 문화예술 관련 담당 공무원과 지역문화재단의 문화예술 담당 직원이었다. 이들은 2주 뒤 오스트리아로 해외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목적은 꽤 장엄하다. 해외 선진 지역 문화예술 현장 방문을 통해 예술행정가로서 국제 감각을 함양하는 동시에, 지역문화예술축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연수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사전교육과 같은 시간이었다.
애초 강연을 제안받았을 땐 일정 중 관람하게 될 음악회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우려되었다면서 아래의 요청을 부연해 받았다. 공연관람 이외 그 지역 축제의 분위기를 전할 것, 축제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 내용을 담을 것, 한국의 지역문화예술축제에서 접목할 점들을 시사할 것. 그러니 강연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이 상당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책임지는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축제의 운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술성을 논하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과제였기 때문이다.
연수단이 선택한 잘츠부르크와 브레겐츠의 페스티벌은 음악 종주국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가 힘주어 자부하는 대표적인 축제이다. 오스트리아의 양대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과 빈 심포니가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각각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약하는데 축제를 위해 한시적으로 결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지원하는 여타 다른 축제보다 음악적 결속력이 더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이들 축제 기간 동안 주요 공연들만 일별해 감상해도 전 세계 음악계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 할 정도로 최정상의 연주자와 프로그램을 자부한다.
주요 공연과는 별도로 강연 중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축제 중 다양하게 진행되는 ‘청년 프로젝트’였다. 잘츠부르크는 저명한 음악가의 연주회만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음악가와 청중의 발굴에도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해 젊은 지휘자를 발탁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년 지휘자는 거액의 상금과 함께 축제기간 동안 7번의 연주회를 지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여기엔 네슬레사의 전폭적인 후원이 함께한다. 한편 로슈사는 과학과 예술(음악 제외)을 전공하는 20대 청년 100명을 대상으로 현대음악 캠프를 후원한다. 음악에서의 창의성과 혁신을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축제기간 중 연주되는 주요 현대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다층적인 워크숍과 강연이 진행되는 것이다. 잘츠부르크 축제의 수장인 슈타들러는 최근 중국을 4번이나 방문해 젊은 성악가들의 중국 무대 진출을 성사시켰다. 잘츠부르크의 또 다른 음악가 발굴 프로그램인 ‘영 싱어즈 프로젝트’는 이제 중국 기업까지 주요 후원사로 영입해 대륙의 청중들도 적극 공략하게 되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솔직히 토로했다. 음악가의 입장에서 축제의 운영과 기획에 관한 전문적인 분석은 애초에 요령부득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든가 문화공간의 입체적 활용 등은 외려 연수단에 되묻고 싶은 사항이었다. 다녀온 이후에도 피드백을 주십사 제안하자 종합결과보고서 제작에 유용하게 쓰일 강연 자료를 요청받았다. 이번 연수가 해외 선진문화의 탐방으로만 끝나지 않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해야 할 이 땅의 전문 인력들이었다.
|
2013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에서 공연되고 있는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한겨레> 자료사진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