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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1 17:39 수정 : 2016.09.01 20:23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다음주 수요일이면 리우 패럴림픽이 개최된다. 아시다시피 패럴림픽은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다. 그리고 리우 패럴림픽과 때를 같이해 국내에서도 장애인 행사가 열린다. 8일 목요일 서울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막할 예정인 대한민국장애인 국제무용제가 그것이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대한민국장애인 국제무용제는, 그러나 첫 회라는 의의나 행사의 취지에 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듯싶다. 가장 큰 이유는 변변한 콘셉트 사진조차 없는 홍보 부족일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어쩌면 장애인 무용에 대한 편견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1회 대한민국장애인 국제무용제 포스터.

만일 이런 선입견이 문제라면, 여기 참여하는 안무가들의 면면을 보고 판단을 내려도 좋을 것이다. 명칭은 장애인무용제이나 이는 장애인만 참여하는

행사가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축제다. 이번 축제를 위해 룩스(LUX) 빛 무용단장 김자형을 비롯해, 트러스트무용단 단장 김형희, 서정춤세상 예술감독 이미희,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 이정윤, 댄스시어터 샤하르 대표 지우영, 홍댄스컴퍼니 대표 홍혜전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무용단체에서 활동하는 안무가, 무용가들이 모였다. 그중에서도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룩스 빛과 각자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이 단원으로 있는 트러스트무용단, 그리고 휠체어장애인들이 주축인 빛소리 친구들은 오랫동안 장애를 직간접적으로 무대화해온 단체들이다. 이들이 ‘국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독일, 일본, 핀란드, 스페인에서 방문한 해외 안무가들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행사의 취지도 훌륭하고 참여자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정작 필자의 눈길을 끈 건 다른 데에 있었다. 바로 행사의 영문명인 ‘Korea International Accessible Dance Festival’이다. 한가운데에 놓인 ‘accessible’(억세서블)이란 단어가 낯선 사람이 제발 필자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사실 그동안 장애인을 가리킬 때 흔히 보아 익숙했던 단어는 ‘the disabled’(더 디스에이블드)이나 ‘the handicapped’(더 핸디캡트)이다. 특히 the handicapped가 널리 통용되었는데, 이 단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어원이 존재한다. 그중 장애인과 관련한 설로 그들이 손에 모자를 들고 구걸하는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것이 정설이건 낭설이건 어원을 떠나 handicapped에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대체어로 나온 단어 중 하나가 accessible이었다고 한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2014년부터 장애인 관련 시설에 handicapped 대신 accessible을 쓰도록 법제화하였다. 이와 함께 뉴욕에서는 장애인 표시 아이콘을 피동적 이미지에서 능동적 이미지로 교체했다. 사전적으로 accessible은 ‘접근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사용하기 쉬운’으로 번역된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장애인을 지칭하지만 사실 장애인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노약자와 임산부는 물론, 모든 비장애인들에게 해당되는 대단히 포괄적인 개념인 것이다. 이쯤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를 재고해보면 행사의 공식명칭인 ‘장애인’은 그들의 지향점을 설명하기에 그릇이 너무 작은 단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장애인’을 대체할 만한 차별적이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단어가 없는 게 현실이다.

결론은 무용제에 대한 이야기로 맺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이 축제를 언급한 이유는 그들을 응원하고픈 조금은 시혜자에 가까운 심정에서였다. 그러나 결국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비장애인들의 작품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배움을 통해 한 걸음 성장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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