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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2 18:31 수정 : 2016.09.22 20:43

조은아
피아니스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오케스트라와 대학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대학 강의실이 오케스트라 단원의 무대가 되고, 오케스트라 연습실은 대학생들을 위한 강의실이 되어 서로 활발한 교류를 도모한다. 첫 학기에 승선한 70여명의 수강생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이나 클래식 페이지를 운영하는 열혈 애호가부터 얼결에 수강신청에 성공했지만 클래식은 지루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학생들까지, 그러니 강의에 대한 기대 수준도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강의 제목은 ‘오케스트라의 오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서울시향의 과감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우선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설문해 보았다. 재기발랄하고도 허를 찌르는 질문이 쇄도했다. 오케스트라의 편성과 배치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휘자의 손동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원과 지휘자의 불화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작곡가마다 교향곡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 오래된 악기들이 왜 그렇게 비싼지, 부피가 큰 악기들을 어떻게 운반하는지, 유료 입장객과 초대권의 비율은 어떠한지, 후원업체를 어떻게 섭외하며 그 액수도 밝혀줄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문외한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음대생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아우르는 교양강의답게 호기심의 양상도 퍽 다층적이었다.

서울시향의 리허설을 관객들이 참관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다. 사진 서울시향 제공
이 강의는 전체 강의 3분의 1을 음악적 현장과 직접 연계해 진행한다. 수강생은 주요 공연장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음악회를 감상하는데, 그중 하나는 서울시향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라 평가받는 ‘아르스 노바’로 현시대의 음악 경향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현대음악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고전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적 현재’를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 강의의 수강생을 위해 서울시향은 리허설 참관을 특별히 공개한다. 오케스트라가 리허설을 통해 어떻게 교향악적 건축을 일구는지, 이제껏 무대 위 결과물로만 접하던 음악회를 ‘완결 이전의 과정’으로도 경험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편,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음악적 현장을 생생히 접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이 구비되었다. 서울시향 단원이 강의실을 직접 방문해 연주하는 ‘강의실 콘서트’는 나무 악기 본연의 울림을 살갗으로 체험하는 동시에, 오케스트라 단원의 삶이 어떠한지 단원들과 학생들의 대담을 통한 진솔한 소통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향 경영조직원을 강연자로 초청한 ‘공연기획 특강’은 오케스트라의 운영과 기획, 홍보 등 오케스트라의 살림살이에 관한 전문 인력의 깊이 있는 노하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렇듯 여러 음악적 현장을 강의실과 엮어낸 이 수업의 목표는 애초부터 뚜렷했다. 책 속에 붙박인 음악이론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피가 돌고 숨결이 느껴지는 생생한 음악적 경험을 학생들 스스로 마주하는 것이었다. 고백하자면, 이러한 실천을 부추겼던 오래된 동기는 지휘자 바렌보임의 철학에 대한 공감에 있었다.

1000년 넘게 영토분쟁과 종교전쟁을 이어온 중동의 한복판에서 바렌보임은 아랍과 이스라엘 청년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다. 포성이 빗발치는 처참한 실정에서도 바렌보임은 포기하지 않는다 했다. 아무리 태생적으로 반목할 수밖에 없는 단원들이더라도 오케스트라는 서로 경청할 것을 최우선적으로 요청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과 오케스트라를 통한 공동체의 경험은 민주사회의 투표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오랜 주장이었다. 서울시향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공동강의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이라 겪게 될 시행착오조차도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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