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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8 18:27 수정 : 2017.05.18 20:41

김일송
공연 칼럼니스트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인용했던 3월10일.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태극기집회에 참여했던 한 70대 남성이 경찰 측 대형스피커에 깔려 압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태극기집회에 참석했던 또다른 참가자가 경찰차량을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으려던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이외에도 3명의 남성이 이 집회에 참가했다가 사망하였다. 사망자들의 유가족으로 구성된 ‘3·10항쟁 순국자 유가족 협의회’는 지난 화요일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의 대변인에게 책임 있는 사과와 사망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연극 <꼰대>. 모모스튜디오 한효성 제공
지난 18일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 시작한 연극 <꼰대>는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배경은 태극기집회 도중 사망한 70대 남성의 빈소로, 본격적인 이야기는 젊은 여성이 조문을 오면서 시작된다. 고인과 교류하면서 생의 이력을 책으로 묶었던 이 여성은 고인을 회상하며 그와의 일화를 이야기한다. 작품은 젊은 공동창작집단 가온이 ‘태극기집회에 나서는 이들은 누구며, 무슨 이유로 거리에 나왔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연민과 혐오 사이에서 방황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는 노인문제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같은 날, 같은 극장에 또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바바서커스의 <명랑 신악극 맹랑별곡: 맹진사댁 사랑이야기>(맹랑별곡)이다. <맹랑별곡>은 영화 <시집가는 날>로 알려진 극작가 오영진의 풍자희극 <맹진사댁 경사>를 악극으로 재구성한 작품. 막이 오르면 남녀 사회자가 등장해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장소팔·고춘자 콤비처럼 만담으로 관객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야기의 줄기는 원작 그대로다.

지체 높은 가문에 여식 갑분을 시집보내려던 맹진사는 어느 날 예비사위가 ‘절뚝발이’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에 맹진사는 갑분 대신 몸종인 입분을 변장시켜 대신 혼례를 치르게 한다. 절뚝발이 소문이 헛소문이었음은 혼례가 진행되면서 드러난다. 소문의 진원지는 예비신랑으로, 그가 입분을 사랑하게 되어 퍼뜨렸던 것. 극단 바바서커스는 원작에 자신의 장기인 가면과 피지컬 퍼포먼스를 더하고, 여기 다시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남진의 ‘마음이 고와야지’, 신중현의 ‘미인’ 등 당시 유행가요를 삽입해 신악극을 완성했다.

연극 <맹랑별곡>. 극단 바바서커스 제공

<꼰대>와 <맹랑별곡>은 지난 5월4일 개막한 젊은 연극인들의 연극축제 ‘화학작용3: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편’의 일부다. ‘화학작용’은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창작환경 조성을 취지로 젊은 연출가들이 모여 2014년 시작한 릴레이 연극축제로, 2014년 선돌극장에서 시작해, 2016년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축제는 대학로 중심에서 비켜선,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과 길음역 사이에 위치한 미아리고개 예술극장과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에서 진행된다.

지난해보다 3편이 늘어 8주간 15편의 작품이 선보이는, 이번 축제의 특징은 매주 하나의 키워드 아래 두 팀의 공연이 선보인다는 것. <꼰대>와 <맹랑별곡>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키워드로 묶여 있으며, 이후 ‘1과 2분의 1’, ‘봄’, ‘고리’, ‘위기’, ‘우리 함께 춤, 출 수 있을까’라는 키워드 아래 9편의 작품이 더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 축제에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화학작용’은 창작자들이 재원 마련부터 운영까지 축제 전체를 책임지는 민간축제로,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지역 공동체와 지역문화재단(성북문화재단), 그리고 극장 운영 협력기관(마을담은극장 협동조합)이 이번 축제를 위해 힘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화학작용’ 축제 사무국의 김기일 연출은 ‘지역 공동체가 축제를 품고, 축제가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시작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설명한다. 미아리고개 예술극장과 미아리고개 하부공간 미인도에서 진행되는 연극축제 ‘화학작용3’은 6월25일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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