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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북에 있을 때 저의 직업은 교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 온 뒤로 학교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교복과 그들의 교과서와 그들이 공부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궁금한 것이 정말 많습니다. 관심이 이러하다 보니 서울시 안의 초·중·고교들에 다녀올 기회도 많았습니다. 새롭게 잘 지은 신도시, 또는 재개발 지역에 신설된 학교들을 가 볼 때에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정말 학교라고 생각되지 않게끔 멋있게 잘 지어진 외관과 좋은 시설을 볼 때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 다녀올 때마다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습니다. 일부 학교들에서 건물 입구 출입문 모두에 잠금장치를 해 출입의 불편을 겪은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학교 정문을 통과하면서 이미 경비를 거친 터라 출입문의 잠금장치는 실로 의외의 경험이었습니다. 학교 정문을 못 찾아 빙빙 돌아다니는 것쯤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건물 출입문에 잠금장치라…. 그러고 봤더니 학생들마다 회사원들의 그것과 유사한 학생증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보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결과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왠지 ‘과잉보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에 온 이후로 그동안 스쳐 지나쳤던 모든 일상들 여기저기에서 잠금장치는 수없이 목격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리만큼 보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우리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 그들의 꿈이 자라나는 교정에 설치된 잠금장치는 불편을 넘어 삶의 그 자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안전과 보안은 휴전선 이북의 그것보다는 더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의 도발만이 아닌 그리고 자연 앞에서의 무기력감 외에도, 우리의 미래 세대를 키우는 학교조차도 비껴 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일상은 모든 것에 보안과 잠금을 필요로 하고 그렇게 하여야만 하였습니다. 스스로를 무엇인가에 가두어야만 안위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 다 되어 있다는 것의 안도감을 떠나 다 되어 있기에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부러움의 대상인 학교의 외형에서 풍요로움과 발전이 불편으로 되어가는 순간을 접하면서 저 역시 그 사회의 일원으로 부지런히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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