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에 더 끌리고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심을 끌어내고 공감하게 하는 것,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지금에 만족하여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깨우침을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티브이만 켜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는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광화문 촛불집회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촛불집회에 횃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촛불과 횃불이 주는 불의 이미지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와서 처음 느꼈던 불에 대한 기억이 스치면서 최근에는 전기, 가스 단속에 부쩍 신경을 씁니다. 정착 초기 불을 대하는 마음은 저나 저의 부모님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저의 부모님도 처음에 한국에 오셔서 유난히 신경을 쓰신 것이 바로 화재입니다. 아마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그것도 갑자기 많이 쓰게 된 가스며 전기제품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자고 깨나면 등장하는 각종 화재 관련 뉴스는 우리에게 낯선 것이자 경계의 대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 부모님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용어도 ‘화재 공화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화재 뉴스 말고도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불은 그만큼 경계해야 할 대상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어느 날에는 부모님 집에 갔는데 출입문에 ‘가스 밸브 잠그기’, ‘전기 조심’이라고 커다랗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웃겼는지, 한편으로는 불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을 이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과연 불이 그렇게 쉽게 날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저도 저의 부모님 안중에도 불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슈의 현장에 등장한 횃불이 다시금 안전 불감증에 무뎌져 있던 저의 뇌를 깨우고 불에 대하여, 가스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게끔 하였습니다. 현재의 정국에 뜬금없이 웬 불이냐 싶다가도 그래도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미리 사고를 방지하고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잊고 지내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준 촛불집회에 감사하고 그로 인해 펼쳐지는 정치정세에 귀 기울이며 저는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보냅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