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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저는 북한에서도 선거해 보았고 남한에서도 선거에 참여합니다. 북한의 선거는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전체 인민이 동원되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작품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선은 예측을 불허하는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대선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그 결과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우선, 후보자 등록만 하면 듣도 보도 못한 당명들이 나열되고 처음 보는 얼굴들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한둘도 아닙니다. 아! 저런 사람, 나아가서 저렇게 용기 있는 사람들이 진짜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한 번씩 그들의 이름과 당명을 읽어 봅니다. 다음은, 평소에 미디어를 통해 자주 노출이 되던 후보들에게 쏠립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었고, 무엇을 하였으며, 어떠한 노력을 하였고, 얼마나 능력 있는가를 열심히 보여 줍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태롭고 고칠 것이 많은 나라인가에 주목하도록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북한의 문제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공약은 입이 벌어지게 합니다. 그들의 공약을 보면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줄 것 같습니다. 안 되는 것 없고 당신이 하면 다 됩니다. 여기에 목청이 터져라 전국 각지를 누비며 대중을 만나고 투표를 호소하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여전히 대선이라고 하면 신기하고 놀라워하는 저는 대한민국에 온 후로 세 번째 투표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고, 다음에는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지금은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그들 공약의 한계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어쩌면 세 번째라서 더욱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듣던 속담에 ‘모르고 속고, 알고 속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 번째이니 자연히 각성하게 되고 더욱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들의 공약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토론회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북한에서도 대한민국에서처럼 선거한다면 과연 그들은 이 방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그들도 나처럼 세 번을 겪어야만 진정으로 투표의 의미를 알고 후보와 공약의 중요성을 깨닫지 않을까? 나와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면 북한의 주민들도 두 번의 예행연습을 거쳐야만 올바른 선거의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나간 두 번의 결과는 온전히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눈앞의 세 번째 대선이 괜스레 통일도 안 된 남북한 대선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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