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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8 18:40 수정 : 2017.06.28 20:50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지도 꽤 되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지라 가끔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 같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 같아지려고 하면 할수록 내 몸은 더욱더 바빠지고 오히려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하는 그것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열심히 사는 제 모습에 흐뭇해지다가도 나도 모르게 더 멀어지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난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이 진행하는 노년의 건강과 운동, 복지에 관련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주된 내용은 일상적으로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으로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는데 일이라는 핑계로 운동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만 보더라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산으로 가고, 돈과 시간을 내어 운동하러 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들 그런 시간을 어떻게 만들까,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도 보았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일어나자마자, 퇴근 후, 점심시간의 일부, 또는 주말 내내 운동한다’였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저도 같이해요’라고 부탁을 드리면 돌아온 결론은 결국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제게는 아직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저는 운동 말고도 더 바쁜, 더 급한, 꼭 해야 하는 수많은 일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분명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그럴수록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그것, 앞에 보이는 산을 향해 쉼 없이 뛰어가고 있는데 그 산은 제게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별의별 생각과 죄책감이 들어 괜스레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은 열심히 걷는 것입니다. 출근할 때, 돌아올 때, 업무차 밖으로 나갈 때, 일부러 한 정류장 전에 내려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날이 더워지니 그늘 찾기에 바빠 걷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설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 열심히 해야 하는 것과 여럿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 잘 조화되어야 하고, 노력이 없이 스스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한 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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