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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6 18:20 수정 : 2017.07.26 20:40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한없이 어리고 철없던 20대를 북한에서 보냈습니다. 그 삶의 공간이 지금의 저의 삶에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할 때면 더욱 그러합니다.

유독 북한 관련 글을 쓰고 나면 꼼꼼하지 못한, 친절하지 못한 글쓰기가 문제가 됩니다. ‘비약’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요, 누굴 골탕 먹이려고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상대가 그에 대해 지적을 하면 괜스레 얼굴이 빨개지고 변명하기에 바쁩니다. 가끔은 왜 이것 땜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너무 잘 알기에, 그것이 일상이었기에, 내가 행한 것이기에 그것이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라는 생각조차 가질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러했습니다. 중요한 발표를 하고 난 후 첫 지적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설명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그 내용이 발표에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킬 뿐이었습니다. 잘 알고 있으면 뭐 하나? 지적을 당하고야 사후 답변을 늘어놓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나의 글에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신 분들이니 적절한 순간에 지적이라도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에서는 미처 문제의식을 느낄 사이도 없이 나는 북한과 관련하여 내 생각을, 내 의견을, 내 주장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전하였을 것입니다. 그래도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나 관련 분야를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나마 맥락으로라도 이해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대중을 향해 나의 글이 어떤 느낌으로 전달이 되었을지 저는 오늘에야, 지금 이 순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글이 우선이 아닌 대중이 우선인 글을 쓴다는 것, 특히 나 한 사람의 글이 북한 사회의 어떤 것을 조명한다고 할 때, 그 글이 갖는 무게는 글자의 수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나아가 내가 몸담고 사는 대한민국의 국민을 나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북한에서 왔기 때문에 당연하다기보다는 그래서 더욱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탈북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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