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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3 19:18 수정 : 2017.08.23 21:01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한국에는 일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몇 개의 현상이 있습니다. 이번주부터 시작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 현상은 한국에 와서 처음 보고 알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북한에 살 때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북한에서 살 때는 ‘팀스피릿’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그 ‘팀스피릿’은 꼭 우리네 여름 방학에 하곤 해서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와 제식훈련을 하고 각종 ‘규탄대회’에 동원되곤 하였습니다. 졸업반은 그 시기에 맞춰 ‘인민군탄원모임’을 열고 탄원서에 이름을 써넣습니다. 전 사회가 낮에는 ‘로농적위대’ 복장에 목총을 메고 동원상태에 임합니다. 각자 개인이 준비하고 해야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거리에는 사람 한명 안 보이고 다들 어두컴컴한 방공호 안에 숨습니다. 밤에는 사이렌 소리에 맞춰 ‘등화관제’를 하고 때로는 가족과 또는 직장 동료와 함께 ‘소개훈련’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때는 사회 전부가 전시 상태를 감수해야 하였고 그 분위기에 취해 있었습니다.

남한에 오니 일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훈련을 뉴스를 통해, 또는 기관의 배너광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대통령을 비롯하여 뉴스에 나오는 부처 관계자들의 노란색 점퍼 차림을 보면서 분위기를 파악합니다. 노란색 점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등장하는 하나의 상징이자 의례로 읽힙니다. 실제 한-미 합동으로 군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때마다 알게 됩니다. 관공서나 주요 기관은 훈련 기간임을 고려하여 특별 강연과 시스템 점검, 비상사태 등에 대비한 훈련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일상 속에서 각종 일정에 쫓기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내 눈에 비친 8월을 대하는 남과 북의 모습은 지극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편안하고 아늑한 일상이 좋다가도 가끔은 너무 무관심해진 나의 모습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냥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듣는 것보다는 단 한 번의 리허설이라도 제대로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하고요. 물론 꼭 전시 상태가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요. ‘몇몇 책임진 사람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오히려 더 무책임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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