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09.20 18:32 수정 : 2017.09.20 19:45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산 지도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을 만끽하면서 즐기기에는 배움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잘 알 듯하면서도 안 되는 것이 바로 ‘네이버에 물어봐’입니다. 휴대폰에 ‘다음’ 지도 켜놓고 길 찾아가는 건 그렇게 잘하는데, 뭔가를 검색해서 알아내는 건 왜 힘이 드는지 통 이해가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물어봤는데, ‘네이버에 물어봐’ 하고 이야기하면 꼭 시험 보는 느낌이 듭니다.

나에게 검색은, 한국의 친구들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습니다. 물론 처음 정착할 때보다 많이 발전은 했습니다. 초기 정착할 때에는 검색하려고 해도 키워드를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은 있어 일단 검색을 하는 단계까지는 왔습니다. 하지만 깊이가 없습니다. 그냥 두어 군데 살펴보고 거기서 끝입니다.

그런데 같은 내용으로 검색을 시작한 친구들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후기를 살펴보고, 메뉴를 훑고, 같은 메뉴의 또 다른 곳을 추적해 들어갑니다. 도무지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뭐 이런 걸 갖고 이렇게 오래 시간을 들여야 하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기나긴 기다림이 끝나고 결과물을 보면 ‘아, 이래서 잘 찾아보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구나!’를 느낍니다.

가끔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발품을 팔고, 귀동냥하고,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는 유형의 이야기를 접합니다.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획득하는가가 경쟁력이라는 글도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뭔가 거창하고, 값나가고, 귀한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집을 사고, 차를 사고, 대학 입학하고, 취직할 때 등입니다. 그런데 일상의 소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놓치지 않고 검색을 하는 주변의 많은 사람을 보면서 내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됩니다.

한국에서의 삶은 검색이라는 기능의 무한한 공간에서 펼쳐집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발달하여 누구를 만나더라도 사전에 그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고 그의 글을 읽어보고 그 주변 사람을 헤아립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부지런히 무언가를 검색하고 클릭하고를 반복합니다. 이미 ‘포털 사이트에 물어봐’는 단순히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며칠 전까지 나에게 ‘검색’은 용어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는 그것을 잘 못 해’라고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분발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탈북인의 낮은 목소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