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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5 19:08 수정 : 2017.10.25 19:44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제가 처음에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실뜨기였습니다. 북에서도 실뜨기는 어릴 적 친구들과 또는 집에서 엄마와 자주 하던 것입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것을 한국에 와서 보았을 때 그 감동은 뭐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역시 우리는 한민족이라고요.

반면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북에 있을 때 신발은 연인끼리 절대 사주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신을 신고 연인이 도망을 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거울 역시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하여 깨지면 갈라진다는 속설이 있어 좋지 않은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신발은 거울과 함께 가장 경계하던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신발을 사줄 때 단돈 얼마라도 주고받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에 독일 갔을 때였습니다. 너무 멋있는 식칼이 전시되어 있기에 저는 그것을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했습니다. 그때, 판매원이 칼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에는 단돈 얼마라도 주고받으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같이 간 동료들은 이 속설이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라면서 놀라워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국에 온 후로 처음 제 귀를 의심하는 속설을 들었습니다. 남의 꿈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의 꿈을 샀습니다.

어느 날 잘 알고 지내는 한 친구가 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젯밤 꿈에 까마귀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까마귀가 한국에서는 안 좋은 느낌이라고 들었습니다. 북에서도 까마귀는 좋은 동물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까마귀는 아동이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착한 동물을 괴롭히는 나쁜 동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꿈은 반대이기 때문에 까마귀 꿈은 좋은 꿈이라고 했습니다. 첨 듣는 이야기지만, 꽤 흥미가 있어, 우리 둘은 한참 동안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까마귀 꿈을 사라고 했습니다. 뚱딴지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꿈을 어떻게 파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제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정말 몰랐던 일이었기에 주저 없이 그 친구의 꿈을 5천원에 샀습니다. 그러고는 꿈을 산 기념으로 즉석복권도 샀습니다. 하지만 그 복권은 꽝이었습니다. 이 일은 저에게 하나의 유쾌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한국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하루가 즐겁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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