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22 18:19
수정 : 2017.11.22 20:05
진나리
대학원 박사과정
저는 북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임대주택에서 수년을 불편함 없이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는 처음으로 내 집에서 한기를 느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딱 한 번 한기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였는데, 서울 부암동 친구의 집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가 12월 초였습니다. 딱 봐도 잘사는 집 티가 나는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집에 들어갔더니 지상 2층에 지하 1층짜리 주택이었고 넓은 정원도 가진, 그것도 산 중턱에 있어서 아래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참 좋은 위치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섰는데 얼마나 추운지, 친구는 난방을 가동한 지 두 시간째라고 했습니다. 워낙 큰 집인데다가 자주 비어 있어 난방을 오랜만에 켰다고요. 언제쯤 집이 더워질까 기다리는데, 한기가 다섯 벽면에서 뿜어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북한에서 불을 때도 벽을 뚫고 들어오던 그 한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장난삼아 북한 떠나서 몇 년 만에 처음 한기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 큰 집이 난방을 시작한 지 3시간이 되니 겨우 1도가 올랐습니다. 아침이 되니 그때야 집 안 온도가 21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집도 난방은 우리 집보다 못하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며칠 전 저의 집 난방이 안 되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전원은 제대로 켜졌는데 말입니다. 하는 수 없이 그날 저녁은 옷 입고 잤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날씨가 더 추워지더니 집 안 온도가 17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퇴근하는 길에 전기 히터 하나 사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퇴근도 늦어 간신히 대형마트 마감 2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난방기 판매하는 매장은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저는 이틀 밤을 18도의 쌀쌀한 집에서 보냈습니다. 다음날 저는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고,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안 되겠다 싶어 전기 히터를 샀습니다.
전기 히터를 켜면서 저는 새삼 잊고 지냈던 난방의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쓰던 것에서 어느 날 부재를 느꼈을 때 그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 만들어진 전기 히터를 필요하면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관리사무소 점검 후 다시 우리 집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난방이 잘되고 있습니다. 난방기 고장으로 춥게 지낸 이틀간, 나는 소중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항상 곁에 있을 때, 감사함을 잊지 말라는 깨우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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