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0 18:20
수정 : 2017.12.20 20:07
이정연
산업팀 기자
“여자분이 그렇게 힘세서 뭐 하게요?”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비아냥이 섞인 듯한 느낌. 괜한 느낌일까?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힘을 기른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나는 왜 힘을 기르고 싶어졌을까?
요즘 운동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운동기구는 케틀벨(추 모양의 운동기구)이다. 케틀벨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2011년이다. 운동법에 대해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양손 또는 한손으로 케틀벨을 잡고 그것을 가랑이 사이로 보냈다가 어깨높이까지 올리는 ‘스윙’은 상하체와 복부의 근육, 흔히들 ‘코어 근육’이라고 일컫는 부위를 단련하는 데 좋다. 그 뒤로 전전하던 몇몇 헬스클럽에는 케틀벨이 모두 있었다. 그러나 케틀벨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이내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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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존 합정에서 설지영씨가 24㎏짜리 케틀벨로 한손 스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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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중에서 멀어진 케틀벨을 다시 만났다. 그런데 알던 것과 전혀 달랐다. ‘스트롱 퍼스트’ 프로그램을 하면서 다양한 케틀벨 운동법을 접했다. 케틀벨을 가슴께 올린 뒤 팔을 머리 위로 쭉 펴는 클린 앤 프레스, 케틀벨을 가슴께 올린 뒤 무릎을 굽혔다가 펴는 클린 앤 스쿼트, 케틀벨을 든 손의 팔을 어깨 위로 쭉 펴는 스내치 등의 동작을 배우니 이보다 역동적일 수 없다. 게다가 8㎏짜리에서 시작해 7개월이 지난 지금은 20㎏까지 케틀벨 무게를 올렸으니, 그사이 안주할 새는 없었다. 좀 익숙해졌다 싶은 때 무게를 바꿔 한계치를 높였다. 그렇게 100%의 근육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여자분이 그렇게 힘세서 뭐 하게요?”라는 질문을 던졌던 사람은 지금 다니는 체육관인 파워존 합정에서는 그 질문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체육관은 아마조네스(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전사족)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달까? 관장인 최현진 코치는 여성이고, 수강생 가운데도 여성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여성이 강해진다는 것’에 대해, 그것이 또 특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별 의식을 하지 못했다. 그게 이제까지 운동을 했던 공간과 다른 점이었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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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존 합정은 최현진 코치(가운데)가 관장을 맡고 있다. 수강생도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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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덕후가 되면서 나에게 던진 질문에는 답을 서서히 찾아가는 중이다. 지금의 답은 이렇다. 힘을 기른다는 것은 나를 기른다는 것과 꼭 같은 말이다. 특정 운동의 효과·효능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힘을 기른다. 20㎏ 케틀벨 한손 스윙을 하는 나를 기른다.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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