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3 19:19
수정 : 2016.08.26 10:51
정치BAR_엄지원의 측면지원
|
제71주년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CGV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 오른쪽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덕혜옹주 관람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
“내가 여기(더불어민주당) 혼자 왔잖아. 혼자 왔는데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이 우리 집사람이야. 여기 올 적에 연설도 집사람이 써줬어.”
지난 21일, 당 대표 퇴임을 앞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자단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제1야당의 당 대표 연설문을 정치인도 아닌 사람이 써줬다?’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김 대표의 아내의 면면을 알면 그의 말을 이해할 만하다.
더민주 입당에 부인 권유 결정적…입당 연설문도 써줘
김 대표의 아내는 김미경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다.(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혹평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부인과 이름이 똑같다) 정치인 남편을 둔 ‘내조형’ 아내들과 달리 김 교수는 김 대표의 정치적 파트너에 가깝다. 기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김 대표의 연설문을 써주고, 정무적 조언도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 1월 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의 설득으로 더민주에 입당할 때 연설문도 김 교수가 직접 썼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처음엔 완강히 거부하며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집사람이 문재인씨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 결정하자고 해서 (그 자리에서)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더민주행에도 김 교수가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예비 초선 신분이었던 박용진 의원이 김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게 된 것도 종편에 출연한 박 의원을 보면서 호감을 갖게 된 김 교수의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 이런 까닭에 “대표님께 전해달라”며 당내 중진들까지 김 교수에게 정무적 부탁을 해오기도 했다.
박정희 비서실장 김정렴의 조카…정무적 감각 뛰어나
정치에 대한 김 교수의 관심은 성장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의 아버지는 김정호 전 한일은행장, 작은아버지는 8년 넘게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다. 정치에 대한 대화가 많은 집안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감각을 익혔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손자인 김 대표와는 중매로 만났다. “농담도 할 줄 모르고 다정한 말도 절대 할 줄 모르는” 35살의 노총각은 “대화가 통하는” 파트너를 찾아 수십 차례 선을 보다 김 교수를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했다.
에두르지 않는 화법은 김 대표와 김 교수 두 사람이 서로 닮았다. 지난달 12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연극을 보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박 위원장을 먼저 알아본 김 교수가 “형수”를 자청하며 “우리 남편 좀 그만 혼내세요”라고 지청구를 한 일은 유명하다. 박 위원장이 “제가 어떻게 형님을 괴롭히겠느냐”고 농담을 하자 “오늘도 규탄한다고 하시지 않았느냐”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기자들의 이름을 외고 기자들이 쓴 기사를 하나하나 기억해 대화를 건넬 정도로 사교적인 편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개 ‘단답형’으로 응수하는 김 대표와 대조적이다.
지난 6월21일 김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서 ‘기본소득’과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한 것도 김 교수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튿날 연설을 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분명히 4차 산업혁명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먼저 하자고 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1989년 김 대표가 보건사회부 장관 시절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든다는 ‘우지파동’이 일어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도, 식품영양학 전문가인 김 교수가 학회 인맥을 총동원해 우지의 안전성을 알렸다. 우지파동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원맨 플레이어’인 김 대표에겐 늘 아내 김 교수가 ‘배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언니가보고있다 #32_박용진, 민노당 대변인에서 김종인 비서실장까지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