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7 19:32
수정 : 2016.10.06 16:43
[매거진 esc] 권은주의 가방 속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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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 2016 가을/겨울 컬렉션 '스트랩 유'.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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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수에 대학원 졸업까지, 소위 말하는 ‘가방끈이 길다’는 취준생도 취업이 어려운 답답한 현실이다. 그에 반해 패션 업계에서는 가방의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던 가방끈이 가방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는 지난 봄 컬렉션부터 ‘스트랩 유’(Strap You)라는 가방끈 시리즈를 출시했다. 다양한 색상과 소재의 가죽에 큼지막한 스터드나 꽃잎을 빼곡히 붙인 가방끈에 50만원에서부터 2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선보였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방끈만 그 돈을 주고 구매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생각할 수 있지만, 비싸고 화려한 디자인일수록 품절과 예약, 구매대행 사례를 낳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방끈만 별도로 판매한 것은 몇년 전 루이뷔통이 먼저였다. 당시 거리에서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해서 ‘3초백’으로 불렸던 스피디백에 연결할 수 있는 가방끈을 추가로 내놓았던 것. 수십만원 하는 가방끈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반드시 한 손을 양보해야 짧은 가방끈을 쥘 수 있던 토트백에 크로스로 메도 될 만큼 긴 가방끈을 달아 두 손의 자유를 얻은 지인을 보면서 골반뼈 부근에 툭 걸쳐진 가방이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사실 수많은 장식이 달린 가방끈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고, 장식면이 뒤집히기라도 하면 어쩌나 다소 불편해 보인다. 업체에선 가방끈 하나만 바꿔도 오래된 가방을 새 가방처럼 나만의 스타일로 바꿀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가방끈 하나의 가격이 다른 브랜드의 새 가방 몇 개 가격과 맞먹고, 한눈에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디자인의 가방끈이 과연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줄지는 의문이다.
물론 패션 상품은 실용성 못지않게 디자인의 독창성도 중요하고, 소비자의 환상과 욕망을 채워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가방 디자이너들은 가방끈에까지 디자인적 요소를 더할 수 있게 된 지금 유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때 프라다의 키링이나 펜디의 퍼참(모피로 된 가방 장식)으로 명품을 소유하고 최신 유행을 따른다는 자부심을 품었던 소비자들에게 명품 가방끈 유행은, 가방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환상까지 채울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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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에스티나 핸드백 체인 숄더백.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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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이번 가을,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가방 브랜드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방끈을 장착한 신상품을 전면에 내세운 건 우연이 아니다. 호보백이니 버킷백이니 하는 가방 모양 경쟁 대신, 가방 모양 자체는 단순하게 만들고 가방끈에 포인트를 준 제품이 쏟아진다. 제이에스티나 핸드백에선 다양한 형태의 체인을 가방끈으로 사용한 숄더백을 대표 제품으로 내놨고, 루즈앤라운지는 꽃 장식이 달린 가방끈을 별도로 출시했다. 브루노말리는 육각 무늬의 폭 넓은 가방끈을 단 숄더백을 선보였다.
가방끈 유행에 동참하든, 유행과 상관없이 매일 출퇴근길을 함께할 단 하나의 가방을 찾든, 가방끈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무게 때문이다. 가방끈은 폭이 넓을수록 어깨에 전해지는 가방의 무게를 분산해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여성들의 로망이자 경조사용 가방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디자인이 된 체인 숄더백의 경우엔 체인의 소재가 관건이다. 어깨를 파고들듯 천근만근 무게의 황동(일명 ‘신주’)보다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체인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금속 특유의 차가운 색상이 아닌 로즈 골드로 도금한 제품이 출시되어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느낌까지 더할 수 있다.
가방끈 길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시중에 출시되는 가방끈은 한국 여성의 평균 키와 팔길이를 고려한 것이다. 가방을 멘 상태에서 가방끈이 56㎝ 정도일 때 가방 속 물건을 꺼내기 쉽다. 날씨가 추워지면 겉옷의 부피가 커지므로 여름보다는 길이가 여유 있는 가방을 선택해야 한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라면 백팩이나 가방끈이 충분히 긴 크로스백이 제격이다.
권은주 제이에스티나 핸드백 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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