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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07 19:32 수정 : 2016.12.07 20:31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맛난 밥상
압해도 물김요리

전남 신안군 압해도 물김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 강제윤 제공
정승동. 수많은 정승을 배출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지명. 육지가 아니라 섬에 있다. 정승동은 전남 신안군 압해도 가룡리에 있는 압해 정씨(丁氏) 도선산(시조묘) 일대를 이르는 별칭이다. 정승동의 주인은 압해 정씨 시조 정덕성과 그의 자손들이다. 시조묘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기념 식수한 나무들이 호위병처럼 도열해 있고 그 앞에는 후손들의 관직 명패가 줄줄이 서 있다.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정일권,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현직 고관대작이 수두룩하다. 시조인 정덕성 또한 중국 당나라 때 대승상을 지냈다. 그는 당나라 선종(宣宗) 때 군국사(軍國事)로 바른말을 간언하다 853년 압해도에 유배됐다. 그 후 사면되었지만 당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신라에 귀화하여 정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압해도를 대표하는 역사 인물은 또 있다. 후삼국시대 궁예, 왕건과 맞섰던 서남해 해상 세력의 수장 능창 장군이다. 능창은 장보고 암살 후 반세기 만에 압해도를 기반으로 서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했던 인물이다. 당시 궁예의 부하였던 왕건도 능창과 정면 승부를 두려워하며 “승부를 알 수 없는 노릇”이라 피했고 910년, 결국 간계를 써서 능창을 포로로 잡았다. 그러자 궁예는 “해적들은 모두가 너를 추대하여 괴수라고 하였으나 이제 (나의) 포로가 되었으니 어찌 나의 신묘한 계책이 아니겠느냐”며 큰소리쳤다. 능창은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말았지만 궁예나 왕건과 맞설 정도의 강력한 군사 집단의 리더였다. ‘바다를 평정한 섬’이란 뜻의 압해도(壓海島)란 이름 또한 능창의 해상 세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압해도는 2008년 5월 목포와 연결됐다. 바람이 차지면 압해도 바다에서도 김 수확이 시작된다. 요즈음은 대부분 부표를 띄워 키우는 부류식 양식이 대세지만 압해도 인근 갯벌에서는 아직도 옛날 방식대로 갯벌에 말뚝을 꽂아서 기르는 지주식 김 양식이 주를 이룬다. 부류식에 비해 지주식으로 키운 김이 수확량은 적어도 맛은 뛰어나다. 김의 맛은 당도가 좌우하는데 늘 물속에 잠겨 있는 부류식 김과 달리 지주식은 하루 두 번씩 썰물 때면 햇볕에 노출되기 때문에 당도가 높다. 햇볕 많이 받은 과일이 단 것과 같은 이치다. 김은 한대성 해초인지라 보통 1월 하순에서 2월 하순까지 나오는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좋은 김은 빛깔로 구분한다. 새까만 색이 아니라 맥주병 색깔이 나는 김이 상품이다.

김은 옛날 광양 태인도에 살던 김씨(김여익)가 최초로 양식을 했다 해서 김이라 불린다지만 예부터 김은 신안 섬 지역의 특산물이기도 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해의(김)가 가거도나 장산도 등의 토산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김은 우리 밥상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음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김을 먹는 방법은 너무 단순하다. 그런데 섬의 김 요리는 다양하다. 김국, 김덖음, 김 청국장찌개, 김전 등. 물론 이런 김 요리들은 물김이 나오는 철에만 가능하다. 그래도 김국은 마른 김으로도 끓일 수 있다. 냉국도 따뜻한 국도 가능하다. 먼저 김을 살짝 구운 다음 온수든 냉수든 준비된 물에 구운 김을 손으로 부숴서 넣는다. 그다음 취향에 따라 간장으로 간을 한 뒤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끝이다. 김 냉국에는 오이 같은 생야채를 곁들여도 좋다.

물김국은 멸치나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낸 뒤 된장을 풀어서 끓인다. 압해도의 물김국도 다르지 않다. 속풀이 해장에 그만이다. 하지만 압해도에는 특별한 김국도 있다. 청국장 김국. 언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해독까지 시켜준다. 육수에 청국장을 풀고 김을 넣은 뒤 끓인다. 굴을 넣어도 좋다. 간은 된장이나 집 간장으로 한다. 기름 없이 볶아 내는 덖음은 건강한 조리법이다. 김덖음은 프라이팬에 물김을 넣고 뜨거운 열을 가해 김이 익을 만큼 덖어낸 뒤 대파를 넣고 소금 간을 한 후 상에 낼 때 참기름을 친다. 여기에도 굴을 넣으면 좋다. 김전도 별미다. 물김과 굴, 쪽파에 부침가루와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해서 얇게 구워낸다. 물김 요리는 압해도뿐 아니라 김 수확을 하는 겨울철 서남해안이나 섬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짜 제철 음식이다. 겨울 남도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다.

강제윤 시인·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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