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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2 20:29 수정 : 2017.04.12 20:31

도다리쑥국. 강제윤 제공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맛난 밥상
금오도 도다리쑥국

도다리쑥국. 강제윤 제공
도다리쑥국 하면 떠오르는 곳은 경남 통영이다. 그러나 통영에만 도다리쑥국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남 해안과 섬들에도 있다. 도다리가 나고 쑥이 자라는 곳에서는 어디나 어렵잖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음식이 한 지역만의 독점물일 리도 없고 레시피가 따로 있을 리도 없다. 된장국에 어디 레시피가 있던가. 백이면 백 집 다 다르지. 도다리쑥국 또한 그렇다. 도다리가 잡히고 부드러운 해쑥이 함께 나오는 지역에서 시기가 맞아 일상적으로 끓여 먹던 음식이다. 끓이는 법도 제각각이다. 통영의 도다리쑥국이 먼저 알려진 것뿐이다.

유명세 덕에 도다리쑥국이 쑥국의 대명사가 됐지만 실상 쑥국은 남해안 지역의 보편적인 봄 음식이다. 봄이면 굴국이나 조갯국에도 쑥을 넣고, 또 된장국에도 쑥을 넣는다. 약효가 뛰어나지만 다른 채소들과는 달리 쑥은 그 자체만으로 요리해 먹기에는 쓴맛이나 향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몸에 좋은 쑥을 여러 요리에 첨가해 먹다 보니 탄생한 것이 도다리쑥국이고 굴쑥국이고, 쑥버무리고 쑥떡 같은 음식들이다. 쑥의 약효야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얘기다. 곰을 사람으로 만든 쑥이 아닌가! 어찌 보면 ‘단군의 후예’인 우리는 쑥을 먹은 웅녀 할머니 덕분에 짐승의 탈을 벗고 곰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해안 지역의 쑥 사랑은 깊고도 깊다. ‘입춘 전후 솟아나는 해쑥을 먹으면 한해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고, ‘봄 쑥국 두 그릇만 먹으면 아랫도리가 무거워 문지방을 넘지 못한다’는 식담도 있다. 쑥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따뜻한 피가 돌게 하고 면역력을 증가시켜주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도 ‘허(虛)를 보하고 기력을 더하게 하고, 많이 먹으면 조금 동기(動氣)한다’고 했다. 아무튼 봄 쑥은 진리다. 통영 지역은 어린 도다리로 쑥국을 끓이는 데 비해 여수에서는 씨알 굵은 도다리로 국을 끓인다. 통영의 도다리쑥국이 유순하고 맑은 맛이라면 여수의 도다리쑥국은 진하면서도 깊다. 각기 장단이 있는 요리법이다. 장어탕도 통영에서는 어린 장어로 푸르르 끓여내는 데 비해 여수는 굵은 장어로 푹 끓인다. 시원함은 통영이, 개미진 맛은 여수가 앞선다.

가자미목 가자미과 도다리속에 속하는 도다리는 500여종이나 되는 가자미 중 일종이다. 도다리는 회색이나 황갈색 몸에 크고 작은 반점이 온몸에 산재해 있는데 지방이 적고 다른 생선보다 단백질이 많아 담백하다. 같은 가자미과에 속하는 광어와 도다리는 생김새가 엇비슷한데 두 어류는 모두 두 눈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강도다리 같은 예외도 있지만 보통 광어는 왼쪽, 도다리는 오른쪽 있어 ‘좌광우도’로 구분하기도 한다. 눈이 한쪽에 쏠려 있는 까닭에 언뜻 외눈처럼 보인다. 여기서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어의 전설이 탄생했다. 중국 동진 때 사람 곽박(276~324)의 저서 <이아주>(爾雅注)에 ‘동방에 비목어(比目漁)가 있는데 눈이 하나뿐이므로 두 짝이 서로 합해야만 전진할 수 있다’고 한 것이 그 이야기다.

한국 최고의 섬 트레일인 비렁길로 유명세를 탄 여수의 섬, 금오도는 음식 또한 정갈하고 맛깔스럽기로 유명하다. 금오도에서도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다시마나 디포리(국물용 밴댕이) 등을 넣고 만든 육수로 끓이기도 하고, 그냥 맑게 끓이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약간의 집된장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집된장은 도다리나 쑥의 진한 향을 중화시켜주면서도 감칠맛을 더해주는 훌륭한 소스다. 육수에 무와 된장을 아주 약간 풀어 푹 끓이다가 도다리를 토막 내서 넣는다. 쑥은 도다리가 뼛속까지 익을 즈음 넣고 살짝 끓여낸다. 도다리든 뭐든 생선국은 오래 끓이면 살이 퍽퍽해진다. 통영 도다리쑥국의 시기를 놓쳤거나 또다른 맛의 도다리쑥국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지금 여수로 가시라. 늦지 않았으니. 금오도엔 도다리쑥국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어 운 좋아야 먹을 수 있지만, 여수 시내에서는 어렵잖게 맛볼 수 있다.

강제윤/시인·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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