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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레바논 보고 -SOFAR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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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 두바이 공항에서 세 시간을 대기 하던 중에 전광판에서 다마스쿠스행 게이트 넘버를 찾는다. 베이루트가 뜬다. 그러나 “Non Operation”, 운행 중단이란다. 공항이 파괴되어 갈 수 없는 베이루트. 두바이에서부터 전쟁의 상처는 전광판에 떠오른다. 다마스쿠스에서 베이루트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쟁 전에 한 시간 삼십 분이면 가던 길이 네 시간 삼십 분이 걸린다. 시리아와 베이루트를 이어주던 SOFAR 다리. 재건의 상징으로 레바논 주민들의 자부심이던 70미터 높이의 이 다리는 폭격으로 무너졌다. 하늘도, 길도, 항구도, 고속도로도, 다리도, 모조리 길이 끊긴 레바논은 고립된 섬이 되어 홀로 화염 속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페허 위에 세워진 관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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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레바논 보고 -관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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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는 폐허 위에 세워진 관들의 도시만 같았다. 베이루트 남부의 다히예 지역은 폐허의 도시였다. 이슬람 시아파 주민들이 모여 살던 주거 단지이자 베이루트 남부의 번성하는 상가이던 다히예는,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깔려 죽었다. 지난해 레바논 친구들과 웃으면서 걸었던 이 거리는, 잿빛 폭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떻게 한 나라가 한 도시를 이토록 집중적으로 폭격하고 파괴할 수가 있을까? 군사기지도 아닌 주민들이 먹고사는 도시를 이토록 잔인하게 폭격할 수 있을까. 마치 첨단무기의 실험장처럼 거침없는 폭격이 잠든 주민들의 머리 위에 퍼부어졌다. 총탄의 벽화 속을 달리는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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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의 레바논 보고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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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히예 마우와다에서 피난갔다 돌아오는 모녀를 만났다. 베이루트는 오래된 상처 위에 새로운 상처를 입고 통곡하고 있었다. 1990년 내전으로 새겨진 총탄의 벽화 위에 2006년 이스라엘은 더 큰 폭탄의 붓으로 지울 수 없는 벽화를 새겨놓았다. 글·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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