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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기독교와 무슬림 어부 “우리는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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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남쪽 미나 우자이 항구도 폭격을 벗어날 수 없었다. 7월 25일 새벽 2시 30분, 이스라엘은 오백여 척의 고기잡이 배를 집중폭격했다. 어부들은 “배가 테러리스트냐? 물고기가 헤즈볼라냐? ”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론파 기독교도인 이쌈 사아드(55)와 이슬람 시아파 청년 사미르 니므르(33)는 “우리는 기독교도이고 무슬림이지만 무슨 문제가 있느냐? 우리는 한 배를 탄 동료고 우리는 평화다.” ”기독교도인 나도 헤즈볼라를 지지한다. 문제는 빈부차이인데 종교 갈등을 부추기며 내전을 일으켜 레바논을 지배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놀아나는 부패 정치가들이 문제다. 지금 총리는 물론 유력 정치인들이 나라의 국고를 도둑질하고 있다. 국민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정부가 관리하는 항구인데도 정부는 어떤 보상도 없고 말뿐이다. 한두 달 전까지는 모아둔 돈으로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알리바바(도둑질)라도 해야 할 판이다.”
“난 평화의 배를 띄웠는데… 내 배도 파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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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 “내 배도 파괴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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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히야 마후마드(49)는 “30년을 고기 잡아 모은 돈으로 작년에 7천만 원짜리 고깃배를 마련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스라엘은 내 배를 파괴하고 말았다.” “나는 먹을 것도 모아둔 돈도 일자리도 없고, 아이 네 명 학교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는 평화가 없다. 어부이던 내 부모가 내 이름을 야히야(요한)로 지었다. 요한과 베드로 모두 어부 출신 아니냐. 나는 가난해도 평화의 어부로 살아왔고 예수님과 무함마드를 내 마음의 성인이자 선배로 모시면서 살아왔다. 난 평화의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아 살아왔는데, 이스라엘은 파괴의 배를 띄우고 폭탄의 그물을 던졌다. 헤즈볼라가 그들 증오의 전함을 잠재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해왔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러워하지 마라. 그가 평화의 배를 띄우는지 증오의 배를 띄우는지, 그가 탐욕의 그물을 던지는지 사랑의 그물을 던지는지를 보아라.” “이스라엘의 신앙과 조상의 가르침은 다 어디로 갔느냐? 이스라엘은 ‘노아의 배’에 태워 바다 끝으로 보내야 한다.”며 성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글 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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