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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3 00:57 수정 : 2006.10.07 12:50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아 파괴된 레바논을 최근 박노해 시인이 다녀왔다. 박 시인이 현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연재한다.

시인 박노해(48)씨는 1983년 동인집 <시와 경제>를 통해 등단했다.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80년대 노동문학의 총아로 떠올랐다.

1991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1998년 석방됐다. 시집으로 <참된 시작>, 산문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등이 있다.

“폭탄이 초콜렛인 줄 아나요?”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다히예 쉬야흐 마을에서 13살 자이납에게 물었다.


이스라엘의 예쁜 소녀들이 레바논에 날아갈 폭탄에 글씨를 쓰고 있는 사진을 봤니?

“네, 봤어요.”

그 친구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니?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 애들도 마음은 다 착하지만 어른들이 시켜서 그런 것 아니겠니?

“그 애들 마음은 착하겠지만 이미 이렇게 폭탄으로 말했잖아요. 어른들이 시켜서요? 그 애들은 자기 생각이 없나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머리 좋다고 늘 우릴 무시해 왔는데, 그 애들은 폭탄이 초콜렛인 줄 아나요?”

전단 속에 이름 한 줄로 남았다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전단 속 이름 한 줄로 남다

무너진 자기 집 앞에 서 있는 자파르(6)의 눈망울이 하도 맑아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자파르는 “잠깐만요.” 뛰어갔다와서 “이걸 찍어주세요.” 하면서 얼굴을 가린다. 죽은 형과 마을 사람들 얼굴이 든 전단이었다. 벽돌 더미에 묻혀 사진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전단 속의 이름 한 줄로 남았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 그 후다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전쟁 그 후

불발탄이 깔려있는 무너진 벽돌 더미를 살얼음 밟듯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죽은 후세인의 엄마를 친지들이 찾아와 위로하며 울고 있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쟁 그 후이다. 가족이 죽고 친구가 죽고 집이 무너진 개인의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쳐온다. 죽은 가족의 빈자리는 무너진 집만큼이나 크게만 느껴진다. 레바논 주민들의 고통과 슬픔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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