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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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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히예 쉬야흐 마을에서 13살 자이납에게 물었다.
이스라엘의 예쁜 소녀들이 레바논에 날아갈 폭탄에 글씨를 쓰고 있는 사진을 봤니? “네, 봤어요.” 그 친구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니?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 애들도 마음은 다 착하지만 어른들이 시켜서 그런 것 아니겠니? “그 애들 마음은 착하겠지만 이미 이렇게 폭탄으로 말했잖아요. 어른들이 시켜서요? 그 애들은 자기 생각이 없나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머리 좋다고 늘 우릴 무시해 왔는데, 그 애들은 폭탄이 초콜렛인 줄 아나요?” 전단 속에 이름 한 줄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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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전단 속 이름 한 줄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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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자기 집 앞에 서 있는 자파르(6)의 눈망울이 하도 맑아서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자파르는 “잠깐만요.” 뛰어갔다와서 “이걸 찍어주세요.” 하면서 얼굴을 가린다. 죽은 형과 마을 사람들 얼굴이 든 전단이었다. 벽돌 더미에 묻혀 사진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전단 속의 이름 한 줄로 남았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 그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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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전쟁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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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탄이 깔려있는 무너진 벽돌 더미를 살얼음 밟듯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죽은 후세인의 엄마를 친지들이 찾아와 위로하며 울고 있었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쟁 그 후이다. 가족이 죽고 친구가 죽고 집이 무너진 개인의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쳐온다. 죽은 가족의 빈자리는 무너진 집만큼이나 크게만 느껴진다. 레바논 주민들의 고통과 슬픔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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