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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쉬야흐 마을 임시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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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명이 죽은 쉬야흐 마을 희생자 추모 공간에 임시묘지가 마련되었다. 오늘은 폭격 더미 속에서 찾아낸 아이와 엄마의 주검이 새로 묻혔다. 아직 관도 짜지 못해 흙더미 속에 임시로 묻을 수밖에 없다. “후세인, 차라리 너와 함께 여기 눕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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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후세인, 차라리 너와 함께 여기 눕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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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빠스 이스마일(23)은 죽은 친구 후세인의 무덤 앞에서 울부짖는다. “후세인, 너와 함께 여기 묻혔어야 하는데... 그 날 저녁 네가 샤이를 마시고 올라가라고 했을 때 몸이 피곤해 먼저 집에가 침대에 누웠는데, 폭음소리와 함께 너는 파묻혀 버렸어. 너 혼자 보내고 싶지는 않았어. 벽돌 속에 파묻힌 너를 꺼내려다 연이은 폭격에 네 손을 놓고 쓰러져 버렸어. 차라리 너와 함께 여기 눕고 싶었는데...” 쉬야흐 마을은 주거지역으로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피난민들이 몰려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아파트 공터와 골목길에 모여 전쟁 걱정을 하면서 샤이를 마시고 있었다. 첫 폭격이 있었고 시뻘건 불길 속에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을 구하려 몰려든 주민들 위로 세 번이나 연이은 폭격이 퍼부어져 65명이 몰살당했다. 알 가비리 묘역에는 쉬야흐 마을 희생자 임시 추모공간이 조성되었고 이곳에 <나눔문화>가 만들어 간 추모 현수막을 걸어드렸다. 희생자 가족들은 쓸쓸한 묘지로 찾아와 울며 기도하다 현수막을 어루만지고 흐느끼면서 “정부도 아랍 국가도 세계 어느 누구도 우리를 지켜보지 않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아와주니 세계가 함께하는 느낌이다. 이 기념묘지 공원이 완성되면 여기에 쿠리아(코리아)의 이름을 새겨 넣겠다.” 압빠스 이스마일은 벽돌 속에서 꺼낸 친구 후세인의 기도 묵주를 내 손에 쥐어주며, “이 구슬 하나 하나가 순교한 마을 사람들의 영혼입니다. 쿠리아에 가져가 우리의 평화마음을 전해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글 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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