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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1 14:01 수정 : 2006.10.11 14:17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바알벡 병원

헤즈볼라 전사들 평원서 온몸으로 총탄을 받다

장엄한 레바논 산맥과 안티레바논 산맥이 버티고 선 광활한 베카 계곡에 자리 잡은 바알벡 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격전이 있었고, 열 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전사했고, 다섯 명이 총상을 입은 채 끌려갔다. 나는 병원 철문에 선명히 박힌 로켓포 자국을 들여다보다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 바람 부는 바알벡 평원을 한참 동안 걸어다녔다. 포탄 자국이 난 방향은 말해주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있는 환자들과 마을 병원을 지키기 위해 헤즈볼라 청년들은 병원 건물에 숨어 전투를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가릴 것 없는 텅 빈 평원 쪽으로 자신들의 몸을 노출시키면서 싸우다 전사한 것이다. 병원은 총알자국 하나 없이 온전했고 정문 밖 쪽에는 불탄 차량들이 널려져 있었다. 이것이 마을과 주민을 지키려는 헤즈볼라의 전투원칙이라며 주민들은 젖은 눈으로 노을지는 평원을 바라보았다.

파괴된 집과 폐허의 마을로 귀향하는 난민들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피난민들의 귀향


휴전이 되자 이고지고 떠났던 피난민들이 하나 둘 고향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스라엘 침공으로 백만 명의 주민들이 피난을 떠나야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반기는 것은 파괴된 집과 폐허의 마을들. 그래도 자신이 뿌리박고 살아온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난민들의 표정은 처연하고 무겁기만 하다.

조용한 시간 가만히 지구의를 들여다보면 이고지고 떠나는 기나긴 난민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흘러다니는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눈물방울, 세계는 난민들의 눈물방울로 연주되는 하나의 악기. 한숨과 숨죽인 통곡으로 가창歌唱되는 지구시대의 뼈아픈 노래이다.

페허의 삶터에 시들지 않는 플라스틱 조화가 피었다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평화의 야생화로 부활하라

남부 국경지대 스리파 마을은 3백 미터 길이로 좌우가 완전 폐허였다. 36명의 주민이 죽었고 절반이 아이들이었다. 피난간 주민들은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아 휑한 마을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무너진 집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들고 나와 카메라 앞에 자꾸 선다. 레바논의 어린 들꽃들은 피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시들지 않는 조화를 들고나와 폭격에 맞서자는 걸까. 죽어간 친구들을 반드시 평화의 야생화로 부활시키겠다는 비원을 조화 속에 감추고 침묵의 시위를 하는 것일까? ‘인간성의 거울’이었던 이 불의한 전쟁 앞에 침묵했던 내 조국 코리아에 꼭 전해달라는...

박노해 시인은?

박노해 시인
이스라엘의 침공을 받아 파괴된 레바논을 최근 박노해 시인이 다녀왔다. 박 시인이 현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연재한다.

시인 박노해(48)씨는 1983년 동인집 <시와 경제>를 통해 등단했다.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80년대 노동문학의 총아로 떠올랐다.

1991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1998년 석방됐다. 시집으로 <참된 시작>, 산문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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