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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 사미야 왜 울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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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 빈트 주베일 마을의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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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마을 묘지에도 폭탄이 떨어져 있었다. 이스라엘은 죽은 사람들조차 두려웠던 걸까. 묘지에서 만난 발랄 딸립(30)은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빈트 주베일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우리 집은 반쯤 파괴되었지만 저희 집으로 와서 머무십시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점령하기 위해 빈트 주베일로 지상군을 진격시켰는데 우리 마을 헤즈볼라 청년들이 온몸으로 막아내 물리쳤습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 탱크가 여러 대 파괴되었고, 이스라엘 병사들이 많이 죽자 그들은 그 좌절감 때문에 밤 중에 전투기로 폭격하면서 온 마을을 폐허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럼 헤즈볼라 때문에 빈트 주베일이 이토록 폐허의 지옥이 된 것이냐고 묻자 “여기는 과거 오랫동안 이스라엘 점령지였습니다. 이곳을 해방시키고 자유를 가져온 것이 헤즈볼라입니다. 그때부터 우리 마을은 재건에 나서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헤즈볼라 때문에 이번에 파괴되었다 하더라도 주민 어느 한 사람도 헤즈볼라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헤즈볼라는 마을 건물에 숨어서 전투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 집이 파괴될까 봐 몸을 숨길 것도 없는 저 언덕 위에서 전투하다가 죽어간 것입니다. 참 잘생기고 똑똑하고 선한 친구들이었는데...” 하면서 눈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헤즈볼라 전사 14명이 묻힌 묘지를 찾았다. 흙더미 한구석에 1미터 폭으로 시멘트를 발라 길게 만든 합동 묘지였다. 사진조차 없어 시멘트 위에 못으로 이름을 새겨놓았다. 유일하게 사진이 놓인 묘지를 찾아 나는 먹먹한 가슴으로 오래오래 서 있었다. 이름도 명예도 없이 사라져간 청년들. 가족도 주민들도 다 돌아오지 않아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시멘트 무덤. 첨단탱크를 앞세운 수천 명의 이스라엘 지상군 앞에서 빈약한 총 한 자루를 들고 자신의 온 몸을 던져 그들의 침범을 끝내 저지하며 레바논과 인류의 양심을 지킨 초라한 무덤 속의 젊은 그들. 이스라엘 폭격은 가난한 민중들의 집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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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 가난한 마을의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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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트 주베일은 물론 인근 마을의 거의 모든 집들이 파괴되었어도 절묘하게 폭격을 피해 말짱한 집들이 있었다. 고급 빌라들이었다. 이스라엘은 고급빌라들만 절묘하게 가려가며 폭격하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주로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들이고 가난한 민중 속에 있기에 잘 사는 집들은 폭격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레바논 북부 기독교 지역과 남부 시아파 무슬림 지역을 가려서 폭격하고, 기독교 마을과 무슬림 마을을 가려서 폭격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가려서 폭격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레바논의 절대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시아파 무슬림 민중의 집과 마을만을 철저히 폭격함해 주민들과 헤즈볼라를 분리고립시키고, 내전을 부추겨, 이라크처럼 레바논을 폭력의 불구덩이에 빠뜨려 친미정부를 세우겠다는 저의였음이 분명해 보였다. 글/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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