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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아인 할 할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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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죽이지도 말고, 우리를 도우려 하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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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스타광장의 대학살 사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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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한 중심인 스타광장에 까나 아이들의 대학살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곳에 검은 현수막 바탕에 ‘우리를 죽이지도 말고, 우리를 도우려 하지도 마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시민들은 유일한 외국인인 내 손을 잡아끌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이것이 진실한 레바논의 외침이라며 자신들의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레바논을 방문하여 미국과 함께 레바논 재건 복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었다. 이스라엘과 함께 레바논 아이들을 학살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의 레바논 방문을 허락한 정부의 결정은 학살된 순교자들을 두 번 죽이고, 레바논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분개하고 있었다. 비록 레바논 사람들은 올리브 농사와 담배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침공하지 않는다면 우리 힘으로 살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을 원치 않는다고 외치고 있었다. 기독교 마을과 이슬람 마을의 기묘한 공존
“배꾭티, 미니 스커트 그들의 문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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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보고 -아이타샾 마을의 마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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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국경지대 기독교 마을인 루메이쉬에는 총탄 자국 한점 없이 말짱했다. 거리에는 미니 스커트에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과 고급 벤츠 차량들이 굴러다녔다. 그러나 1킬로미터도 안 떨어진 무슬림 마을인 술타니아 마을과 아이타샵 마을은 폭격으로 처참했다. 나는 이 극적인 풍경이 너무나 놀라워, 이 마을을 두 번 찾아갔다. 이 기묘한 공존이 기이하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우린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서로 돕고 살고 있다. 종교 내전을 부추기는 부패한 정치가들이 문제일 뿐이다. 6천 명이 사는 기독교 마을로 3만여 명의 무슬림 마을 사람들이 피난와서 함께 먹고 살았다.”며 정치지도자들을 성토했다. 폐허의 아이타샵 마을에서 마리암(10)을 만났다. 장차 선생님이 되어서 자기 마을의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단다. “저는 기독교 마을 사람들이 싫지는 않아요. 기독교 마을 친구들이 배꼽티를 입고 미니 스커트를 입으며 다니는 게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건 서로 문화가 다른 건데요. 하지만 전 무슬림을 존경해요.” 나는 마리암에게 어떤 사람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니? 라고 물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요. 강자의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이 훌륭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슬림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왜 그러니? “무슬림은 평화를 믿는 사람이잖아요. 평화는 누구든 집에 왔을 때 서로 반기고 함께 밥상 앞에 앉는 것이에요. 저는 그래서 이스라엘이 싫어요. 그들은 집에 찾아올 때마다 폭탄을 들고 오니까요.” 글/ 사진 박노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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