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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0 18:05 수정 : 2016.11.16 09:48

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코리안드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개발국가의 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이 높은 한국에 와서 일을 하면 본국에 비해 많게는 10배 정도 수입을 얻을 수 있어,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한국이 ‘꿈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막상 한국에 와서 만나는 상황은 ‘드림’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내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다 보니, 근무 환경이 너무 위험하고 언어·문화 차이로 사업주와 많은 갈등을 겪고, 체류 문제는 전적으로 사업주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제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웬만하면 참아야 하는 형편이죠.

2003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어 외국인 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이 아닌 ‘근로자’로 한국에 들어와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권리를 침해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성실근로자 제도’가 있습니다. 4년10개월 동안 사업장을 옮기지 않고 한곳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는 ‘성실근로자’로 인정되어 사업주와 재고용 계약을 하게 되면 일단 출국했다가 3개월 이후에 한국에 입국해 다시 4년10개월을 일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성실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처음 취업한 사업장에서 어떻게든 버텨서 4년10개월을 채우려고 합니다. 일부 사업주들은 이를 악용해 성실근로자로 재고용해주겠다는 미끼로 숙련된 노동자가 되어도 겨우 최저임금을 주거나, 임금을 떼어먹기도 합니다.

얼마 전 제가 도움을 준 어떤 베트남 노동자는 채소 농장에서 일을 했는데 6개월간 임금체불을 당했고 퇴직금까지 무려 180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같이 근무한 베트남 동료를 성실근로자로 재고용해준 것처럼 똑같이 해주겠다는 사업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항의 한번 못하다가 생활비가 떨어져 버틸 수가 없을 때가 되어서야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사업주는 이미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해놓아서 소송을 하더라도 체불임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만일, 4년10개월 동안 성실하게 일한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주의 재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센터 등 국가로부터 성실근로자로 인정받아 재입국할 수 있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업주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안 할 것이고 작업환경도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근로조건이 나아지면 내국인 노동자들의 취업도 늘어나겠지요.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울먹이는 베트남 노동자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하루빨리 이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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