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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1 18:30 수정 : 2017.02.01 20:16

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며칠 전 설날이 지나갔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음력설을 쇠기 때문에 한국의 풍경이 낯설지 않습니다. 설날 아침에 한국과 종류는 다르지만 다섯가지 과일과 음식을 준비해 차례상을 올리는 것도 비슷하고,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 덕담을 나누고 세뱃돈을 주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한국에서 설날에는 꼭 떡국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베트남에서는 바인쯩이라는 떡을 먹습니다. 바인쯩은 찹쌀과 녹두, 돼지고기를 바나나잎에 싸서 찐 것으로 베트남에서는 설에 빠지지 않는 음식입니다.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23일 제가 살고 있는 마포에서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 바인쯩과 여러 베트남 설음식을 마련해 차례상을 차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평소 알고 있던 마포구 자원봉사센터 팀장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마포구에서 베트남 이주여성을 위해 설 차례상 차리기 행사를 지원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니 다들 반응이 너무 좋아 목표했던 30명을 금방 모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행사 때는 50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이 모였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각자 음식 재료, 그날 입을 베트남 전통 옷인 아오자이, 차례를 위한 물품 등을 준비하고 전날에는 10여명이 모여 함께 음식 준비를 했습니다. 다들 한국에 와서 명절이면 시집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알게 모르게 명절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렇게 우리끼리 모여 음식을 만들고 어렸을 적 고향 이야기로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다 보니 쌓인 스트레스가 저 멀리 달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행사 당일에는 이번 행사를 후원해주신 기업 임직원 20여분이 함께해주셔서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한국 사람과 베트남 사람이 함께 조를 짜서 전날 마련한 재료로 바인쯩을 만들고 다른 음식도 만들어 거창하게 차례상을 차렸습니다. 차례를 지낸 후에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양국의 풍습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베트남 여성들이 준비한 아오자이 패션쇼와 베트남 모자 춤 공연도 함께 보았고 베트남과 한국 설에 관한 퀴즈도 같이 풀며 선물도 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포구청장님도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들며 함께해주셨습니다. 이주민에게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알리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자체와 지역의 기업 그리고 이주민이 함께하는 것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되면 오히려 더 외로웠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주민이 한국인들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 꼭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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