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01 17:46
수정 : 2017.03.01 20:40
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아마도 자신의 아이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한국어를 배우지만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 깊은 곳의 생각을 전부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익히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엄마의 생각을 전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아이들과의 관계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은 완벽한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엄마는 한국어가 어눌하다 보니 대화가 자주 끊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혼이주여성들은 기회만 된다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합니다. 작년 여름부터 제 사무실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야간에 10여명의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모여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자원봉사로 한국어 교육을 해주시죠.
그런데 우리 베트남 엄마들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다들 다른 소망 한 가지씩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베트남어로도 말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지요. 어려서 베트남 외가에 오랫동안 가 있었던 아이들은 베트남어를 아주 잘하는데 그런 아이들이 엄마와 베트남어로 잘 대화하는 것을 보면 정말 부러웠던 것이죠. 사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제 아이들도 베트남어를 전혀 하지 못합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한 명이 문득 ‘자녀들에게 함께 베트남어를 가르쳐보면 어떨까’라는 말을 꺼냈는데 너도나도 다 이심전심이었던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에서 베트남어 공부 희망자를 찾았더니 금방 35명이나 모였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줄 몰랐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몇 차례 모임을 갖고 아이들을 위한 베트남어 교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 엄마들이 ‘한베짝짜꿍’이라는 모임도 만들고 프로그램도 짜고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을 선생님으로 섭외도 하고 4월부터 어린이 베트남어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가르쳐보겠지만 한정된 수업만으로 아이들이 베트남어를 잘할 수 있게 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베트남어와 베트남에 대해 공부함으로써 엄마를 좀 더 잘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엄마들도 스스로 나서서 준비하고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과 더욱 친해지고 한국에서의 삶에 자신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베트남어를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엄마와 베트남어로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한베짝짜꿍’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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