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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지난 5월20일은 ‘제10회 세계인의 날’이었습니다. 2007년 시행된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에 따라 정부에서는 매년 5월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지정하여 2008년부터 벌써 10년째 기념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외국인의 체류가 많아지면서 외국인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필요성이 생겨 법을 제정하고 ‘세계인의 날’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날’부터 1주간은 ‘세계인 주간’으로까지 지정되어 있습니다. ‘세계인의 날’부터 일주일 동안은 정부기관별, 지방자치단체별로 외국인과 관련된 수많은 행사가 열립니다. 각종 기념식부터 축하공연, 전시, 음식축제 등 수십 가지의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법에 의하면 ‘세계인의 날’을 만든 목적이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행사는 문화 행사가 한가득입니다. 그런데 재밌고 의미 있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지만 정작 행사를 주관하는 쪽과 일부 외국인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세계인의 날’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각종 뉴스를 보더라도 대부분 풍성한 행사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의 삶에 대해 깊이 분석하고 다문화 사회의 문제점이나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법에 정해진 날을 맞아 형식적인 행사에 치우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세계인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공로자에게 상을 주고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공연을 하고 음식을 나누고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점점 늘어가는 지금 어떻게 하면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의논하는 기회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해 인식을 개선하고 함께 살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세계인의 날’을 맞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더 뜻깊은 ‘세계인의 날’이 되겠지요. 그리고 ‘세계인의 날’의 여러 행사를 보면서 또 아쉬웠던 점은 정작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국인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이런 행사와 무관하게 공장과 농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한국에서 아주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회성 문화행사로 채워진 ‘세계인의 날’보다 우리 주변의 외국인의 구체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는 진정한 ‘세계인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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