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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얼마 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잠시 네팔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오겠다는 바람도 이루어지지 않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유서를 남겼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요. 한국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지방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에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일하다 보니 허리며 무릎이며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사장님에게 여러 번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간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일하기 싫으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결국 공장에서 기계에 손가락을 다치는 산재를 당한 뒤에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정말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일까요? 고용허가제의 불합리성 때문입니다. 2004년 시행된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계약을 하면 사업주가 폐업, 임금체불, 심각한 근로조건 위반을 하거나 사업장 이전에 동의를 하기 전에는 참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울고불고 간청을 해서야 겨우 사업장 변경 동의를 받는데 심지어 사업주에게 돈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정말 부당한 일이지요. 한국 사회가 점점 인권 향상에 노력을 하고 또 좋아지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만 예외인 것 같습니다. 국가가 사업주를 위해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외국인 노동자라는 새로운 천민 계급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주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노예와 별로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 아래서 근로조건 개선은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억지로 하는 일에 무슨 생산성 향상이 있겠습니까? ‘돈 벌러 왔으면 시키는 대로 하고, 하기 싫으면 돌아가라!’는 말은 야만적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한국에 희망을 품고 왔는데 말이죠. 그야말로 인생을 걸고 왔는데 그것이 벽에 부딪힐 때 느끼는 절망은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고용허가제 시행 13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한꺼번에 바꾸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조금이라도 아주 나쁜 부분이라도 고쳐야 합니다.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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