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우리 동네에는 베트남 엄마들끼리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한베짝짜꿍’이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의 말을 가르치고 싶다는 소망을 실천하기 위한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이십여명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요일마다 모여 베트남어와 베트남 노래를 가르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모임에 나오는 베트남 여성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이도 제각각이고 베트남에서의 출신지도 다르고, 또 한국에서 각자 사는 형편도 다릅니다. 그렇지만 모임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참 열심히들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지요. 이런 우리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여성이 있습니다. 13살, 11살 두 자녀를 둔 엄마인데 안타깝게도 작년 초에 나이 차가 많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 또한 친척이 거의 없는 외로운 처지여서 외로운 빈소에 우리 모임의 엄마들만 함께 슬픔을 나눴습니다. 한국에 남편만 보고 왔는데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참 막막하기도 하련만 이 여성은 씩씩하게 두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지하방에 세들어 살고 있지만 아이들도 엄마를 닮아 밝고 명랑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얼마 전 미술에 소질이 있는 그녀의 큰딸은 학교 미술대회에서 큰 상을 받아 우리 모두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또 다른 회원의 친정어머니가 한국에 왔다가 그만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비가 아주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여성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회원들도 다들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정작 제일 먼저 돕고 싶다는 말을 꺼낸 것은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여성이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형편이지만 힘든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여성은 빠듯한 살림에 여유가 없어 돈을 낼 수는 없지만, 주민센터에서 지원받았지만 다 못 먹고 남은 쌀이라도 내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후 정부에서 한 달에 20㎏씩 쌀을 지원받다가 다 먹지 못해 지금은 10㎏씩 줄여서 받고 있는데, 전에 남은 쌀이 있으니 그거라도 내겠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임의 엄마들은 이 엄마의 마음에 다들 너무 감동했고 또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여성은 쌀을 모임에 기부하고 회원들이 그 쌀을 조금 더 비싸게 사서 기금을 마련해 부모님이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돕기로 했습니다. 아름다운 나눔에 다들 동참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 여성으로 인해 우리 모두 기뻐하고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착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여성을 통해 배웠습니다. 세상에는 부자도 많고 큰돈을 기부하는 사람도 많지만 정말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의 나눔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나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때문에 제 남편은 일요일 저녁 내내 여기저기 쌀 배달을 해야 했지만, 투덜거리면서도 자기도 성금을 보태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름다운 마음들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아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이었습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