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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7 18:37 수정 : 2018.02.07 19:39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지금까지 저는 스포츠 경기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보면서 응원하고 열광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 아는 스포츠가 별로 없다 보니 남의 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27일에 저는 누구보다 열심히 축구 경기를 보며 응원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최근 중국에서 열린 23살 이하(U-23) 아시아축구대회에서 베트남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해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했기 때문이죠. 베트남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축구를 무척 좋아하지만 베트남 대표팀은 그동안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8강,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진출해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열정적으로 대표팀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에 사는 베트남 교민들의 관심은 조금 더 특별했는데요, 베트남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 한국인이어서요.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팀 실력을 빠르게 키워 큰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게 만든 박항서 감독님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덩달아 한국의 베트남 교민들도 더 신나고 자랑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결승전 날, 교민들이 함께 모여 응원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장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추운 겨울이라 야외에 모일 수도 없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애를 태웠는데 안산다문화지원본부의 과장님과 팀장님이 적극 나서서 안산의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500명도 넘는 베트남 교민이 모여 함께 “베트남”을 외치며 응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팀장님은 본인이 중국에서 근무할 때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해서 교민들이 모여 응원하고 싶었지만 장소를 구하지 못했던 아쉬운 경험이 있어, 더 적극적으로 돕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날 베트남 대표팀은 아쉽게 우즈베키스탄 팀한테 져 준우승을 했지만, 눈이 쏟아지는 날씨 속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베트남 선수들이 눈이 내리는 것을 처음 겪었을 텐데, 그래도 정말 잘 싸웠습니다. 그런 선수들의 모습에 우리도 크게 감동했습니다. 축구를 통해 모두가 하나가 되고 또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껴서 마치 베트남과 한국이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스포츠의 감동과 열정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경기 규칙 같은 것은 잘 몰라도 모두가 하나가 되는 아주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일(9일)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도 아주 많이 기대가 됩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보여줄 열정적인 모습만으로도 큰 감동이 될 것입니다. 비록 베트남은 이번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지만 저는 한국팀을 열심히 응원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북한 선수들도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핵 문제 등 갈등이 있지만 스포츠를 통해 평화가 시작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평창올림픽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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