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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성공적이란 평가가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스포츠를 잘 모르고 특히 겨울 스포츠는 더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니 규칙을 몰라도 큰 관심을 갖고 보게 되더군요. 아쉽게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남북 선수들이 함께 입장한 아름답고 화려한 개막식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규칙은 잘 이해 안 되지만 “영미! 영미!” 외치면서 열심히 하는 여자 컬링 경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니 분명히 한국 대표팀인데 외국인 선수들이 여러명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한국에 귀화한 선수들이라고 합니다. 겨울 스포츠 중 한국 선수가 별로 없는 종목에 외국 선수들이 귀화하여 대표선수가 됐다고 합니다. ‘아! 그렇구나. 특별귀화가 바로 저런 케이스구나’ 했습니다. 한국 사회가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어느 민족이든 한국인이 되어 한국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잘 받아들인다면 그만큼 한국의 힘이 될 것입니다. 올림픽 내내 귀화 선수들 경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더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국적으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인으로 살려는 사람들은 귀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귀화에는 특별귀화, 일반귀화, 간이귀화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결혼이주 여성에게는 간이귀화가 익숙합니다. 국민의 배우자로 2년 이상 한국에 살면 간이귀화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한국에 온 1990년대 말까지는 한국인과 결혼하면 귀화 절차 없이 바로 한국 국적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국제결혼을 국적취득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이 생겼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조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까다로운 귀화 절차가 남편이 결혼이주 여성을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 귀화 신청을 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귀화를 못 하게 하겠다고 아내를 윽박지르는 일도 많습니다. 만약 귀화 전에 이혼하게 되면, 혼인 파탄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을 명백히 증명해야만 일반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생활에 서툰 외국인 여성이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귀화 전에 자녀 없이 이혼하면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또 간이귀화의 경우 3천만원, 일반귀화의 경우 6천만원 이상의 재산이나 이에 상당하는 소득을 증명해야 합니다. 어떤 이주 여성은 갑자기 중병에 걸린 남편의 병수발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데 병원비로 막대한 돈이 들어 재산이 없고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 없어 귀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올림픽 대표처럼 거주기간, 재산 등에 관계없이 특별귀화를 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단한 능력은 없어도 진정으로 한국 사람이 되어 한국에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너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귀화를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서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귀화의 문턱이 좀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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