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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04 18:25 수정 : 2018.04.04 19:29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지난해 초, 추위가 한창일 때 제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의 베트남 엄마들 21명이 모여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수업을 열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여러번 회의를 거쳐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 베트남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지자체의 부모 커뮤니티 사업으로 지원을 신청했지만 아쉽게 탈락해 수업은 온전히 엄마들의 힘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나라 말을 배우려고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런 교실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 실수도 많았지만 우리도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말, 종강식 때는 아이들, 엄마들, 선생님들 모두 행복했습니다.

베트남 교민 사이에 베트남어 교실 얘기가 퍼져 참여하고 싶다는 엄마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교민회 차원으로 확대해 약 80명의 한베가정 어린이들을 6개 반으로 나눠 대림동, 망원동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하는 베트남 유학생들이 아주 적은 보수만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해 큰 힘이 됩니다. 또 올해는 몇개 단체가 어린이 베트남어 교실을 후원해주셔서 엄마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드디어 지난 일요일 아이들, 학부모들, 선생님들, 후원자들이 함께 모여 ‘2018년 어린이 베트남어 교실’ 개강식을 했습니다.

사실 서울뿐 아니라, 안산, 대전, 시흥, 구리 등 여러 곳에서 베트남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한 베트남어 교실을 열거나 준비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잘 진행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장소 마련도 어렵고 강사료나 간식비 등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의 베트남 엄마들이 교실을 꾸려가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물론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자기들 힘으로 모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다르게 보면 지구촌이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하는 현실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아주 큰 사회적 자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양국의 다리 역할을 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적 지원이 어느 정도 더해지면 엄마들의 열정과 합해져 큰 성과를 낳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최소한 안정적인 수업 장소만이라도 확보된다면 각 지역에서 활발한 이중언어 교육 모임이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다문화 이해 수업을 하면서 약간의 이중언어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이중언어 교육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지역 커뮤니티에서 엄마들이 직접 참여하는 엄마나라 말 배우기 수업은 훨씬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언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초창기에 있는 어린이 베트남어 교실이 활발하게 진행돼 아이들의 베트남어 실력이 쑥쑥 커가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1년에 한번씩이라도 아이들이 단체로 엄마나라를 여행하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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