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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5 18:27 수정 : 2018.07.25 20:04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서울시 외국인 명예시장

“동포 여러분! 잘 들리십니까?”

1945년 9월2일 베트남민주공화국의 호찌민 주석은 하노이의 바딘 광장에 모인 수십만 베트남인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독립선언을 시작했습니다. 수십년간 프랑스와 일본의 지배에 맞서 싸워온 독립운동가에게, 그리고 1862년 프랑스에 남부를 빼앗긴 후 긴 세월 동안 프랑스와 일본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베트남 민중에게 독립을 선언하는 이 순간은 한마디도 놓쳐서는 안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호찌민 주석은 잘 들리느냐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독립선언 이후에 진정한 독립과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베트남은 30년에 걸쳐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전쟁을 치러야 했지만 이 독립선언은 베트남의 큰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도 베트남과 여러 가지로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10년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일본의 가혹한 지배를 받자 한국인들은 일본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9년 후인 1919년 3월1일에 온 국민이 일어나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에 맞서 싸웠으며, 얼마 후 중국의 상하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도 진정한 독립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후로도 수십년간 일본에 맞서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애국자와 국민의 피눈물 나는 희생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을 쟁취한 공통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양국에 불행한 일이 있었지만, 수교 후에 아주 빠르게 가까워지고 국민들 간에 아주 낯설지 않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 7월3일에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도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추진위원회의 목적은 내년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대한민국의 과거 100년을 기억하고 현재를 성찰하여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일에 이주민으로서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할 뿐 아니라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의 역사 중 최근이긴 하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이주민도 이제 대한민국 역사의 한 부분이고 현재 대한민국 모습의 일부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가 이 위원회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이주민 사회에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려 함께 기념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주민을 배려하는 측면도 있겠지요. 저는 기꺼이 이 역할에 충실하려 합니다.

아직 한국의 역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지만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역사의 현장도 가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주민이 언제까지 이주민으로만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주민도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이 되기 위한 발걸음에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 여러분 모두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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