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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베트남교민회장 한국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꼭 멀리 나가지 않아도 서울의 거리마다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져 쌓이고, 멀리 보이는 산들이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해가는 모습은 사계절이 분명하지 않은 나라에서 살았던 외국인의 눈에는 정말 아름답게 보입니다. 다른 계절도 다 나름대로 좋지만 특히 가을의 한국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거리에 나가보면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찾아온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문제로 인해 예전에 비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에 점차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나라 사람들의 비중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 수에 미치지 못하지만 몇년 전만 해도 거의 없던 베트남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입니다. 베트남의 제 친척이나 지인들도 종종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베트남도 빈곤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경제적 성장을 이루면서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다녀간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들이 한국에 와서 여행하는 내용이 거의 비슷합니다. 경복궁, 남산, 청와대 앞, 남이섬은 필수 코스고 가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동대문, 명동 등지에서 쇼핑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한국에 아름다운 곳이 얼마나 많고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가는 곳, 먹는 것, 관광객들이 즐기는 것은 정말 제한이 있습니다. 위에 쓴 장소들도 훌륭한 곳이지만 대부분 단체 관광객들의 추억이 똑같아지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아마 저렴한 단체 관광이라 가기 편한 곳, 버스 주차하기 편리한 곳, 싼값에 대량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식사 장소를 주로 찾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매력이 점차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다소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한국을 제대로 경험하고, 또 다음번 여행을 기대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소와 볼거리, 먹을거리, 문화 체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관광회사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관계기관, 그리고 관광회사들이 지혜를 모아 나가면 장기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점점 더 많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에 살면서 본국에서 온 관광객들을 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되면 굉장히 반갑고,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베트남의 경제력이 커진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국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돌아가 한국에 관해 좋은 이야기들을 하게 되면 한국에 살고 있는 저희들도 자부심이 들지요. 좋은 평가를 받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훌륭한 시민들이 살고 있는 한국이 단지 몇가지 제한된 면으로만 관광객들에게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한국을 다녀가는 베트남 지인들이 서로 다양한 추억을 이야기하고 이번에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추억을 경험하기 위해 다시 한국을 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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