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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18:30 수정 : 2018.12.12 18:53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

올 한해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도 멀리 고향의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또 내년에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삶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주민들은 태어나서 자란 본국을 떠나온 삶이기에 늘 무엇인가 불안하기 마련이라서 안정된 삶에 대한 요구가 선주민보다 더 큽니다. 그래서 나라별로 크고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나마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한국의 이주민 사회에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공동체가 많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이주민들이 스스로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나라 출신의 동포들을 만나면 우선 말이 통하니 반갑고 또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의 종류가 비슷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편리합니다. 평소 한국 사회에서 개별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주민들에게 이주민 공동체는 언제라도 찾아가 기댈 수 있는 고향과도 같은 것입니다.

특히 이주민 공동체들은 이주민과 한국 사회를 연결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조절하고, 문화가 서로 다른 집단이 상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한국 사회에서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한 동포를 위한 긴급 구호 활동도 합니다. 제가 속한 베트남 이주민 공동체인 베트남교민회도 매년 체육대회와 문화교류축제를 하고 지역별로 한국 사회와 이주민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조직하거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이주민 공동체들이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모국의 지원이 든든하거나, 한국에 진출한 자국의 기업이 많은 나라가 아니라면 개인적인 이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공동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지원을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뜻있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사회공헌의 차원에서 이주민 공동체를 지원해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주민 단체들이 비영리단체로 활동을 하지만 법적 요건이 까다로운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정을 받는 것이 어려워 좋은 뜻을 가진 기업들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주민 공동체들의 활동이 점점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시에서 외국인 주민단체를 위해 ‘예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제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정식으로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하는 것은 여전히 너무 까다로운 절차와 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민 공동체의 활동은 이주민이 한국에서 자립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뿌리내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이는 이주민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안정적이고 풍부한 발전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비영리 민간단체는 엄격한 조건을 갖추고 법적, 도덕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외국인 주민단체 즉 이주민 공동체에 대해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의 조건을 완화하는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주민 공동체가 건전하게 운영되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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