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9 18:05
수정 : 2019.01.09 19:28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
서울 마포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모국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시작한 어린이 베트남어 교실 운영이 어느덧 2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을 이주여성들 스스로 해보려고 하니 걱정이 많았는데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지금까지 올 수 있어서 우리 엄마들의 마음은 정말 기쁩니다.
이제 교육과정도 자리잡혀가고, 아이들의 베트남어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간단한 말 정도는 엄마와 베트남어로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요일에 베트남어 교실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것이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엄마 때문에 억지로 나오는 아이들도 한번 두번 나와서 공부하며 또래의 다문화가정 친구들도 사귀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가르쳐주니 재미가 생긴 모양입니다. 올해 14살인 한 여자아이는 멀리 인천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다른 교실의 수업에 참여하고 바로 서울로 와서 우리 교실의 수업에 참여하며,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 아이의 베트남어 실력은 2년 동안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는 약간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인데, 처음에는 수업에 잘 적응을 못 하고 집중하지 못했는데, 아이의 엄마가 꾸준히 수업에 참여시키면서 지금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공부를 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베트남어를 잘하건 못하건 아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다문화가정의 또래 친구를 매주 만나면서 위안을 얻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학교 교육에서도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지만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다른 아이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데, 일주일에 하루지만 서로 벽을 쌓지 않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원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면서부터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를 꺼리고 갈수록 엄마를 무시하는 말과 행동이 늘어나는데 베트남어 수업에 참여하며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엄마 나라의 말과 문화를 배우며 엄마를 더 가깝게 느끼고 더 이상 창피해하지 않는 것 같아 베트남어 교실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동네의 이주여성들이 뭉쳐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입니다.
더 재밌고 좋은 교실을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제들도 많지만 지금처럼 엄마들이 힘을 합치고 또 좋은 뜻을 가진 분들의 도움이 계속된다면 올해도 더 잘해나갈 수 있겠지요. 다가오는 3월이면 봄과 함께 우리 어린이 베트남어 교실도 다시 수업이 시작됩니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큼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됩니다. 벌써 반짝거리는 우리 아이들의 눈동자가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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