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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6 17:47 수정 : 2019.02.06 19:22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

외국에 살다 보면 제가 태어난 나라의 소식에 항상 귀 기울이게 됩니다. 조국이 잘돼야 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도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요즘 베트남 소식은 온통 희망적인 경제 발전에 대한 뉴스로 가득해서 기쁩니다. 해마다 7%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하루가 다르게 고층 빌딩이 올라간다는 소식은 더 이상 베트남이 제가 살던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습니다. 전쟁 직후에 태어나 모든 것이 부족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풍요로운 소식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눈길을 끄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난해 베트남의 부패지수가 악화되어 한해 전에 견줘 10단계나 추락한 117위(2017년 107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투명성기구가 180개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사실 부패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아주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새로운 ‘부패방지법’을 만들고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적발해서 처벌하는 등 노력을 했는데도 국제 비교에서 순위가 더 추락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패와 관련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베트남에서 부패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노력하기보다 대체로 현실에 순응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또 고위층의 권력을 이용한 부패도 큰 문제지만 일상생활에서 부패와 부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빠른 일 처리를 위해 뒷돈을 주고 위법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계속 발전하더라도 부패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국민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최근 베트남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경제 발전에만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베트남의 고위층도 대부분 일정을 경제 분야의 교류 활동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경제 발전’에 가려, 더 중요한 과제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도 오랜 기간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는 부패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엔지오(NGO)나 시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민 여론을 ‘반부패’로 조성하는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청탁금지법과 같은 강력한 법을 시행하여 부패를 없애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베트남 정부 인사들이 정말로 배워야 할 점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저의 조국 베트남이 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통해 지난해보다 좋은 성과를 내서 내년 이맘때 다시 부패지수가 후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발전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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