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100℃-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최규석 지음/창비 펴냄(2009) “이게 얼마 만이냐?”, “하나도 안 변했네. 똑같아.” 오랜만이라 그런지 간단한 호구조사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집, 차, 가족, 회사…. 관심사가 비슷하다. 나와는 관계없는 항목이 많아 허허 웃으며 듣고만 있다.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 했던가. 학창시절엔 ‘이대로는 안 되는 거 아냐?’라며 밤새 토론했는데 싶어 한구석이 싸해온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은 이렇다. 그래도 졸업장 받으면서 생각했다. ‘어디를 가든 그 자리에서 열심히만 살자. 최소한 선배들 덕분에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으니까.’ 다들 그리 생각하며 자기 자리에서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으리라. 하지만 내 자리에서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과 세상 거꾸로 가는 것과는 그리 관계가 없는 모양이다. 더 싸해진다.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꺼내 보는 책이 있다. 최규석의 <100℃>. 웅변대회에서 “저 광주의 폭도들을 보십시오!! … 우리에게 투철한 반공정신이 없다면 … 우리도 순식간에 공산당의 꾐에 넘어가 폭도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던 ‘반공소년’ 영호의 눈과 귀와 입을 빌려 1987년 6월민주항쟁을 생생하게 그린 만화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전형적인 ‘운동권 이야기’라 거북스러워질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틀에 박힌 뻔함이 더 소름을 자아내기도 한다. 있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잊히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상을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쓰러졌습니다.” ‘빨갱이죄’로 ‘잽혀간’ 영호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소식을 듣고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불안해하자 ‘선생님’은 말한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다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99도에서 그만두면 너무 아깝잖아.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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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푸른역사 편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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