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대한민국은 왜?-1945~2015김동춘 지음/사계절 펴냄(2015) 박근혜 정부가 끝내 추진하려는 노동현장의 ‘저성과자 해고’는 한 사람의 생존권과 인격을 자본의 효율성이라는 척도로만 판가름하겠다는 잔인한 발상에서 비롯된다. 사실 노동현장에서 비인간적인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은 오래된 일이고, 그것의 뿌리는 깊다고 할 수 있다. 이 일은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자본이 처한 축적 위기(언론이나 정치가들은 이것을 ‘경제 위기’라고 부른다)를 타개하기 위한 청부 입법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그 청부 입법의 토대는 식민지 시절부터 켜켜이 쌓여 왔다고 할 수 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지난해 가을에 펴낸 <대한민국은 왜?: 1945~2015>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를 탐색한 책이다. 저자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부터 시작해 한국전쟁 직후까지는 연대기적 서술을 단행하다가, 그 뒤 ‘대한민국 현상’을 통해 다시 식민지와 전쟁의 상흔을 상기하는 방식을 취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역사적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는 것이리라. 이명박 정권 때 벌어진 일들에 우리 사회가 어리둥절해하면서 분노를 터뜨렸던 것의 심리적 이면에는 그것들을 일시적 퇴행으로 믿고 싶은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해온 일들 앞에서 그전의 분노는 깊은 탄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모두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하는 비감에 빠졌을 때, 현상의 기원을 밝혀보려는 저자의 냉철함은 반비례해서 빛난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퇴행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작업을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이 “시도”는 단순히 양심적인 지식인의 정의감의 발로만은 아니다. 저자는 “노동운동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지배 질서와 계급 관계,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지배 질서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국가폭력으로서 “한국전쟁”을 주시하게 되었다고,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에 대한 비망록 격인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에서 밝힌 바도 있다. 이 책은 더 나아가 조선의 멸망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공간까지 더듬어 가며 ‘대한민국 현상’의 뿌리를 찾는다. 대한민국은 식민지와 전쟁의 원체험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식민지와 전쟁은 다시 신분해방과 자유의 이름으로 들어온 ‘두 손님’, 기독교와 사회주의 사상의 충돌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가 다시 되먹임 되어 기괴한 역사를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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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시인, 도서출판 삶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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