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무위의 공동체장-뤽 낭시 지음, 박준상 옮김/인간사랑(2010)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찢기고 짓눌리고 마지막 숨까지 빼앗긴 훼손된 몸들, 죽음을 이야기한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죽음의 이미지가 처참한 몸의 언어를 거쳐 뇌리에 박힌다. 그리고 가실 수 없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광주와 세월호와 용산, 가깝게는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일면식도 없던 타인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게 된다. 일상에서 무관히 살던 사람들이 같은 정념으로 감염되고 타인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것은 그저 사건의 비극성 때문일까. 5·18 광주가 “절대공동체”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절대공동체”의 의미를 나와 너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치러낸 투쟁의 승리에서 찾기도 하지만, <무위의 공동체>에서 장-뤽 낭시가 말하는 공동체는 “함께-있음”에 대한 의식 자체이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죽음과 뗄 수 없는 것인데, “왜냐하면 공동체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은 죽음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함께-있음이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죽음에 맞닥뜨린 나 역시 유한성의 숙명을 공유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찰나이다. 나 또한 죽어야 할 운명을 짊어진 몸뚱어리다. 내가 영생불사할 수 있다면 타인의 죽음은 ‘남의 일’일 뿐일 것이다.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의 주체는 그것과 함께 소멸하므로 죽음은 더 이상 그에게 속하지 않는다. 이제 죽음은 남은 자들에게 나의 한계와 타인의 한계를 보게 한다. 동류(同類)가 죽어가는 것을 볼 때, 나는 더 이상 자신 안에 머물지 않고 타인에게로 열린다. 낭시는 이렇게 말한다. “타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 나의 탄생에 대한 애도, 나의 죽음에 대한 애도라는 3중의 애도. 공동체는 그 3중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에 있다.” <소년이 온다>의 소년이 거리로 나간 것은 사라진 친구를 찾아서였다. 어떤 이데올로기나 신념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함께-있음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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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은 도서출판 길 편집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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