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8.18 19:24 수정 : 2016.12.21 15:49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김영사(2012)

2012년 6월24일, 갈라파고스 제도의 ‘찰스 다윈 연구기지’에서 ‘외로운 조지’라고 불리던 한 수컷 거북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 당시 조지의 추정 나이는 약 100살. 그의 죽음으로 ‘핀타섬땅거북’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멸종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핀타섬땅거북의 멸종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사실 이 멸종은 인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미 17세기부터 서양 뱃사람들이 식량이나 장식용으로 마구잡이 포획을 한데다, 사람들이 핀타 섬에 방목한 염소들이 거북의 먹이인 식물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거북의 개체수가 갈수록 줄어들었던 것이다. 인간에 의해 멸종한 핀타섬땅거북 이야기는 ‘도도’의 비극과 꼭 닮아 있다.

‘도도’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만 살았던, 날지 못하는 새였다. 16세기 초에 포르투갈 인이 처음 모리셔스 섬에 상륙한 뒤로, 도도는 선원들의 식량 확보를 위한 남획과 인간이 섬에 들여온 돼지와 원숭이 때문에 결국 17세기 말에 완전히 사라졌다. 도도는 인간이 멸종시킨 동물의 상징이 되었다. 이 새의 이름을 딴 <도도의 노래>는 자연생태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이 ‘섬 생물지리학’을 중심에 두고 말레이 반도, 아마존, 마스카렌 제도, 마다가스카르 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멸종 사례들을 추적하고 분석함으로써 인간에 의한 생태계 붕괴에 경종을 울린 생태학 분야의 걸작이다.

섬 생물지리학은 섬에 사는 생물들의 분포와 발달을 연구하는, 생물지리학의 한 분과이다. 섬은 ‘제한된 공간’과 ‘근본적인 격리’라는 두 가지 특성이 결합해 진화의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쾀멘에 따르면 “섬은 과학자들이 훨씬 복잡한 육지의 산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휘와 문법을 익힐 수 있는 장소”이다. 이 책에서 쾀멘은 섬 생물지리학의 선구인 앨프리드 월리스의 발자취를 좇는 데서 시작해, 이 분야에 혁명을 일으킨 로버트 맥아서와 에드워드 윌슨의 <섬 생물지리학 이론>(1967), 오늘날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분투하는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이론과 현장을 넘나들며 진화와 멸종의 수수께끼를 풀어 간다.

쾀멘이 마다가스카르의 열대우림 속에서 비를 맞으며 숨죽여 황금대나무여우원숭이를 바라보는 장면이나 모리셔스 섬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황조롱이를 구해낸 칼 존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 편의 자연 탐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외로운 조지’처럼 자기 종의 마지막이었을 도도는 어떤 죽음을 맞았을까? 쾀멘은 그 도도의 최후를 이렇게 그려본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1667년(예컨대)의 어느 날 새벽, 마지막 도도는 블랙리버 협곡의 차가운 바위턱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도도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조금이라도 온기를 얻으려고 깃털을 세웠다. (…) 도도는 자신이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도도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이윽고 비바람이 그쳤을 때, 도도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와 함께 도도는 멸종했다.”

이승희/교양인 편집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