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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2 18:48 수정 : 2017.01.12 20:27

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백원근 옮김/시대의창(2013)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민음사(2015)

새해 첫날, 우리를 기다리는 소식은 거래하던 도매상의 부도였다. 책의 입출고는 정지되었고, 도매상의 전화는 불통이었다. 출판사 경력도 없이 무모하게 시작했던 통영의 신출내기 출판사는 그저 출판계 선배들의 에스엔에스(SNS)를 열심히 보면서 전후 사정을 파악해야 했고, 그들의 분노와 억울함, 기막힌 심정에 가슴만 타들어갔다. 이 모순된 상황에서 책을 만들고, 판다는 것은 무엇인지 새해 벽두부터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내게 낯선 통영에서 책을 만들고, 책방까지 열도록 무모한 용기를 주었던 책들을.

해마다 책 읽는 독자들은 줄어들고, 문 닫는 서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독특한 콘셉트의 동네 서점 창업이 침체기의 출판문화를 끌어올리면서 새로운 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본이 없는 작은 출판사에게 이런 서점들은 비빌 언덕이 되었고, 지역적 한계를 갖고 있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에는 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서점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 한 권이 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3년 전, 책이 출간되고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다.

책이란 무엇이고 책을 판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점과 출판은 어떻게 공생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하며 서점의 원점이 되는 작은 책방들, 그리고 지역 서점의 역할까지 책은 온통 새로운 질문으로 가득했다. 조용한 사무실에 틀어박혀 책만 만들던 우리를 세상으로 끌어내 작은 책방을 열어 이웃들과 소통하게 만들고, 전국의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연대하는 기쁨을 알게 한 것도 이 책이 준 선물이었다.

한국이 열광하는 츠타야 신화를 일으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읽으면서 공감보다는 의문이 더 많았지만, 그와 이시바시 모두 책의 미래를 ‘사람’에게서 찾고 있었다. 마스다 회장은 혁신의 열쇠는 독자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시바시 역시 서점은 사람과 사람이 책을 매개로 만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쇼텐(書店·서점)이 아니라 혼야(本屋·책방 또는 책방지기), 즉 사람이라는 것을 설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파는 사람들은 ‘책의 전달자’라는 것을 강조한다.

“책이란 때론 인간의 욕망을 거짓 부채질하거나 잘못된 길로도 보낼 수 있다. 책은 사람을 바꿀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책을 만들고, 판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두는 섬세함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일갈은 초보 출판, 서점인의 마음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책의 생산자이자 전달자로서 출판과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책 한 권의 힘이 얼마나 센지 매일 실감하고 있다. 종이책이 없다면 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점이 죽지 않는다면 출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 ‘사람’이 있다. 책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정성껏 만들고, 독자들에게 그 책을 제대로 전해줄 누군가의 열정이 함께하는 한 출판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서점은 죽지 않는다>를 새해 벽두부터 다시 읽어본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 이번주부터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가 집필합니다. 4주 간격으로 세 권의 책을 소개하며, 그중 한 권은 자사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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