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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9 19:48 수정 : 2017.02.09 20:06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윌리엄 새들러 지음, 김경숙 옮김/사이(2015)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부키(2015)

삶에는 끝이 있고,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 나 역시 중년은 처음이고, 머지않아 노년의 시간에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정된 관문에 다다를 것이다.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일찍 경험한 때문인지 죽음을 성찰하는 책들은 내게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서울을 떠나 남편과 통영에 내려온 것은 8년 전이었다. 낯선 땅에서 우리는 흐트러진 삶의 퍼즐을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밤샘 근무를 독촉하는 도시의 야경을 뒤로하고, 사계절 피고 지는 꽃나무의 향기에 취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몇 번을 병원에 실려 가며 과로사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놓지 못했던 어리석은 세상을 하나둘 내려놓는 연습을 했다. 그때 읽었던 책들 중에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라는 책이 있다. 2006년 출간되어 작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십 년간 꾸준히 팔린 책으로 준비 없이 늙어가는 중년들을 위해 저자가 2백여 명의 40, 50대 성인을 인터뷰하여 그 중 50명의 삶을 12년간 추적하여 ‘뜻밖의 성장’을 이룬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친절하고 상세하게 다양한 중년과 노년의 생을 풀어놓는데 당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켄의 삶이었다.

“저는 제가 가질 수 있는 것 중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할 자유, 그리고 함께할 자유를 원합니다. 남들보다 앞서고, 자신을 드높이기 위해 열중하는 어리석고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경쟁적인 인생관을 돌아보면서 켄이 깊은 성찰 끝에 내면의 ‘북소리’를 따라 일이 아니라 관계를 중심으로 스스로와 이웃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삶을 바꾸어 가는 모습은 내가 닮고 싶은 중년의 삶이었다. ‘일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는 것’과 ‘자신의 북소리에 맞춰서 나아가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나는 그렇게 천천히 켄의 삶을 따라갔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 지역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친밀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비밀을 하나둘 깨닫기 시작했다.

이 책이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년의 성장을 통해 노년을 준비하는 법을 제시했다면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그렇게 회복된 삶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삶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소멸되어 가면 세상에 대한 야망은 줄어들고, 스스로와 화해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데 에너지가 집중된다. 의사인 저자는 그 안에서 친밀한 기쁨을 나누며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죽음의 지침서’이자 삶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생의 지침서’이다. 그리고 곧 늙어갈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더 좋은 삶’을 독려하는 책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보석 같은 책이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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