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
김창희 지음/한울(2016)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 예술 기행
통영길문화연대 구술, 남해의봄날 엮음/남해의봄날(2016) 지역 서점에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스테디셀러가 있다. 우리 책방에서는 박경리와 백석, 김춘수, 유치환 등 통영과 인연이 깊은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팔리는데 지난해 이 책들을 제치고 큰 사랑을 받은 책이 있다. 바로 김창희 작가의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책이다. <아버지를 찾아서>는 오래전 통영에 살았던 한 사람 혹은 한 가족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은 책이다.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난 아들의 흥미로운 기록으로, 그 단서가 된 것은 살아온 날들을 빼곡히 적은 아버지의 수첩과 빛바랜 흑백 사진들이다. 서울에서 계룡산, 그리고 통영까지 아버지 김필목 선생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을 역추적하며 500페이지 묵직한 분량으로 담아낸 이 책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님에도 읽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특히 책의 중심 무대가 되는 통영에서 보낸 6년의 시간들이 필자가 통영에서 보낸 시간들과 묘하게 중첩되어서 더 흥미롭게 읽혔다. 1953년 5월, 사흘을 돌고 돌아 도착한 남쪽 끝 바닷가 마을 통영. 처음 마주한 밤바다 앞에서 김필목 선생은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예민한 도시 남자였던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낯설었지만, 평생을 따라다니던 폐병에서 놓여나 운명의 여인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시골 학교의 선생으로 살았던 통영에서의 삶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기억을 그는 마치 여행하는 나그네처럼 섬세하게 기록했다. 그 기록을 좇아 아들은 아버지의 시간을 하나둘 되살려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통영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김필목 선생이 가장 행복했던 그때, 1950년대 전후는 통영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기였다. 그가 교편을 잡았던 통영여중에는 그보다 앞서 유치환이 국어를, 윤이상이 음악을, 그리고 전혁림이 미술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지금도 유치환이 작사하고, 윤이상이 작곡한 교가를 부르고 있다. “통영에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청마 유치환이 우체국 창가에서 건너편 수예점 일손을 돕던 시조시인 이영도를 바라보면서 연서를 쓰고, 그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서점에 박경리가 책을 보러 들르고, 조금 더 걷다 보면 유치환의 작업실이 있어 시인 김춘수, 화가 전혁림, 작곡가 윤이상, 시조시인 김상옥 등이 모여 시대와 예술을 논하고 예술운동을 펼쳤다.”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던 통영의 시절을 기록한 또 한 권의 책이 지난해 우리가 펴낸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예술 기행>이다. 3년에 걸쳐 통영을 가장 잘 아는 통영길문화연대와 발로 뛰어가며 완성한 장인, 문학, 공연지도의 콘텐츠를 심화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같은 시기 통영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관련자들의 심층 인터뷰와 오랜 취재를 근간으로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두 책은 닮은 점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기록의 선물, 소통의 힘을 말하는 책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 통영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당장이라도 백석, 박경리를 만날 것 같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부친이 남긴 ‘분투의 기록’을 통해 비로소 반세기 부재의 벽을 뚫고 아버지와 ‘소통’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들으면 고달픈 인생을 견뎌왔을 내 아버지에게도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통영의 바다 내음으로 가득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을 잇고, 함께 살아가기를 진심을 담아 권하는 책이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