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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6 19:10 수정 : 2017.07.06 19:53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박성경 따비 출판사 대표
음식강산 1~3권
박정배 지음/한길사(1·2권 2013, 3권 2015)

어린 시절, 가족들과 조금 먼 곳을 다녀오면 그 지역과 길을 꼭 지도로 다시 확인하는 게 큰 재미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지리였고 지역의 사람살이를 다룬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뿌리깊은나무에서 펴낸 대작 <한국의 발견>을 특히 좋아했다. 누군가가 20세기 최고의 한국문화지리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나는 이 책을 꼽을 것이다. 이제는 중고서점에서나 간신히 발견할 책이지만, 지금 들추어 보아도 여전히 재미있다. 특히 내 최고의 관심사인 한국음식문화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어 볼 때마다 새롭다.

서울 편에서 한창기 선생은 육이오전쟁 이후 근대화와 개발의 바람으로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들이 음식을 포함한 생활 양식을 함께 가지고 올라왔다고 설명한다. 그 덕에 서울은 전주와 진주의 비빔밥도, 평양과 함흥의 냉면도 함께 즐기는 화합의 처소가 되었지만, 지방음식이 서울을 점령하여 서울음식을 맛볼 수가 없게 되었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지역으로 가면, 신안 술꾼들의 음식인 홍탁, 곡성의 섬진강 은빛 실모래가에서 먹는 수박향 은어, 싱싱한 홍합과 바지락을 얹은 통영의 비빔밥, 민물 매운탕 중에서도 맛이 가장 좋다는 부여의 잉어 매운탕, 지금은 사라진 원주의 옥로 소주 등 음식과 함께 그 지역 사람들의 삶도 알 수 있다. 나에게 음식 이야기가 매력적인 까닭은 늘 사람 이야기가 따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간혹 <한국의 발견>을 들출 때마다 새로운 판본으로 출간되지 않는 데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책을 몇 년 전 만났다. 박정배 작가의 <음식강산>이다. 생선 편, 국수 편, 고기 편 세 권으로 이루어진 두툼한 책이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그저 각지의 맛집을 소개하는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읽기 시작하자 바로 음식으로 본 한국 생활의 발견임을 알 수 있었다. 동해안 작은 어시장의 경매 현장을 전하는 대목에서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 작가를 따라 전국 차이나타운을 돌면 구한말 개항기 풍경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처 혼분식을 장려하던 70년대 풍경까지 눈에 들어온다. 장돌뱅이의 심정으로 순대와 순댓국을 따라 전국을 떠돌다 보면 기어코 함경도까지 올라가 그 맛을 그리게 된다. 저자는 단지 세 종류의 소재를 가지고 팔도강산 곳곳을 취재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음식과 그것을 먹어오고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더 놀라운 것은 지역 취재만으로 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음식과 관련한 옛 문헌을 뒤져 재미난 이야기를 끄집어내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의 모습까지 잇는다. 그 덕에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설렁탕과 냉면집이 배달에 나서면서 평양과 인천에 배달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알 수 있다. 발품만이 아니라 책상 앞에 꼭 붙어 있을 수 있는 엉덩이의 힘이 더해진 책이다.

처음 ‘음식강산’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땐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이보다 더 알맞은 제목은 있을 수 없었다. 이 땅 구석구석에 사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먹고 있는 평범한 음식을 통해서 우리의 삶까지 다룬 <음식강산>은, 21세기 버전의 <한국의 발견>에 대한 기대를 한국음식문화 영역에서만큼은 충족시켜준 책이다. 현재까지는 세 권만 나와 있지만, 앞으로 더 추가되어 한국음식을 기록한 대표적인 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박성경 따비 출판사 대표

※ 이번주부터 따비 출판사 박성경 대표가 집필합니다. 4주 간격으로 세 권의 책을 소개하며, 그중 한 권은 자사 책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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