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7.11.09 19:50 수정 : 2017.11.09 20:23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스피노자의 뇌/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2007)

이 책을 읽으면서 주위의 세 사람을 떠올렸다. 셋은 다정하고 타인의 삶에 뛰어난 공감력을 보이며 보살핌에 재능이 있다. 그중 둘은 서로 혈연관계이고, 다른 한 명은 책 작업을 함께 한 저자다. 바로 그들과 같은 ‘마음’을 갖는 게 내 오랜 바람이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인간은 몸의 관념이고, 심적 절차는 뇌 속의 지도, 즉 신경 패턴의 집합체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요즘 뜨거운 주제인 뇌과학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는데, 가령 인간 뇌의 전두엽, 특히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은 타인이 사고를 당했을 때 동정심을 자아내는 중요한 정서 촉발 부위다. 그리고 시상하부를 통해 방출되는 호르몬들은 감정을 조절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정서와 느낌은 다시 말해 신체적인 격동(激動)이며, 몸을 잘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훌륭한 정서와 칭찬할 만한 이타주의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이성으로 뇌를 바르게 자극하고 그것이 정서와 느낌을 촉발하도록 하면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을 갖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다마지오의 책 <스피노자의 뇌>가 주는 메시지다.

저자는 왜 현대 생물학을 밝히는 데 하필 작고한 지 300년도 더 된 스피노자를 매개로 삼았을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스피노자를 거의 참조하지 않았고, 철학자들은 생물학자로서의 그의 면모를 간과해왔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인간의 마음은 몸에 대한 관념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사람은 뇌의 상태에 따라, 자신의 심적 경향에 따라 사물을 판단한다”고 말한다. 즉 그는 감정을 인간성의 중심으로 봤으며 명제, 공리, 증명, 보조 정리에 따라 정연하게 생물학적 사상을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생명 조절 프로그램을 통해 “덕행은 그 자체가 보상”이라는 윤리학을 내놓는다.

스피노자의 ‘뇌과학’은 어떻게 우리의 질적인 삶을 한 차원 올려놓을까.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느낌’은 인간의 영광과 비극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그는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킬 만한 메커니즘을 스스로 단절할 것을 촉구한다. 부정적 감정은 “오직 그보다 더 강력한 상반된 감정으로만 억제되거나 중화될 수 있다.” 즉 우리는 더 강한 이성과 지적 노력을 통해 자기의 시간과 마음을 쏟아부을 곳을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고, 고의로 자기 정서를 조절하고자 노력할 수 있다. 가령 지성의 집을 지으려는 이라면 상업방송을 멀리해야 할 테고, 좀더 향상된 자기 모습을 기대한다면 닮고 싶은 사람을 친한 친구로 옆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건 결코 쉽지 않지만, 스피노자는 쉬운 것에는 별로 가치를 두지 않았다.

책에 따르면, 이성(사고)-정서-느낌은 빈틈없이 얽힌 연쇄 고리다. 특정 생각은 특정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정서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과거에 대한 기억, 상상, 추론은 조합되어 느낌으로서 궁극적으로 통찰을 낳고, 자아가 새로운 가능성에 도달하게끔 한다.

개인적으로 과학책을 읽는 데 세운 기준은 응용학문들로 우회하지 않고 기본이 되는 텍스트를 먼저 읽는 것이다. 처음엔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만, 주변적 지식들을 주입하기에 앞서 기초 체력을 단단히 다져준다. <스피노자의 뇌>를 잡기 전 읽은 제럴드 에덜먼의 <뇌는 하늘보다 넓다>는 그 기초가 돼주었다.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